오영웅

연구노트읽기 2분

도메인 지식이 깊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뭘까?

도메인 지식이 깊은 사람과 업무력이 좋은 사람은 뭐가 다른가. 퀄리티냐 복제 가능한 적당함이냐, 시간을 쏟느냐 빨리 재고 고치느냐 — 7월 어느 새벽에 정한 세 가지.

수정

7월 28일 새벽 2시 반, 클로드한테 이렇게 물었다. "도메인 지식이 깊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뭘까?"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한다. 정작 일은 개발과 디자인, 데이터처럼 여러 분야 위에서 굴러간다. 그래서 저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도메인 지식이 깊은 사람과 업무력이 좋은 사람은 뭐가 다른가. 내 답은 선택 두 쌍이다. 퀄리티냐, 복제 가능한 적당함이냐. 시간을 쏟아붓느냐, 빨리 재고 빨리 고치느냐. 전문가는 앞쪽을 고를 자격이 있다. 그날 밤의 나는 자격이 없었고, 뒤쪽 카드를 쥐었다.

그 새벽에 정한 게 셋 있다.

그날 정한 분업

누가 무엇을 맡을지는 내가 정한다.

나
판을 짜고 일을 나누며,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보고를 받아 판단한다.
클로드
정보를 처리하고 문서를 작성한다.보고는 결론부터, 어려운 용어보다 쉬운 말로.
조사용 AI
검색을 통한 조사를 맡는다.본문에서 저자가 사용하는 도구는 그록이다.
당시 정한 역할을 정리했다. 실제 대화나 작업 결과를 재현한 것은 아니다.본문 · 첫째, 분업

첫째, 분업. 판단은 내가 내리고, 정보 처리와 문서 작성은 클로드에게 넘긴다. 조사는 검색을 잘하는 다른 AI 몫이다 — 나는 그록을 쓴다. 모든 걸 직접 꿰고 있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판을 짜고 누구에게 무엇을 맡길지는 내가 결정한다.

둘째, 말. AI가 일하고 내가 보고를 받아 승인하는 구조인데, 정작 올라오는 보고가 도무지 읽히질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 보고 방식부터 뜯어고쳤다. "지금 잘 안 읽히거든" — 어려운 용어는 쳐내게 하고, 결론부터 앞에 놓게 하고, 사전 배경 없이 봐도 단번에 파악되도록 문장을 평문으로 바꾸게 했다. 못 알아듣는 보고는 승인하지 않기로 했고, 그러자면 보고부터 쉬워져야 했다.

셋째, 횟수와 기록. 한 번에 기막힌 답을 낼 재주는 없다. 대신 집요하게 여러 번 부딪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시도할 때마다 무엇을 바꿨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적었고, 제대로 먹혀든 설정은 그대로 저장해 뒀다. 그날 기록엔 이렇게 적혀 있다. "9번 시도 했는데 8번이 그냥 완벽했음." 그 저장본이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날 밤 붙잡고 있던 작업은 회사가 권리를 가진 가상 캐릭터의 이미지 콘텐츠를 만드는 지시문을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이었다. 새벽에 시작해 아침까지 갔고,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화질, 그림자, 머리카락, 표정, 시선. 걸리는 걸 하나씩 실험으로 잡았다. 전공 지식으로 잡은 게 아니라 바꿔 보고 기록해서 잡았다.

이렇게 일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일단 뭐라도 성과를 내고, 빨리 재고, 빨리 개선하면서 성장해야 회사에서 지원도 받는다. 그리고 적당하게 시작한 판도 여덟 번을 거치니 고점에 닿았다.

그날 정한 셋은 지금도 돌아간다. 분업은 한층 정교해졌고, 한 번 고친 보고 규칙은 저장해 뒀다가 관련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AI 눈앞에 자동으로 다시 놓이게 만들었다. 이 방식은 나중에 통째로 오픈소스 플러그인이 됐다 — ballast라고 이름 붙였고, 공개 사흘 만에 실제로 써봤다는 반응을 접했다. 자세한 얘기는 따로 적었다: ballast: AI와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

지금도 낯선 분야의 일이 들어오면 그 새벽처럼 시작한다. 뭘 모르는지부터 적는다. 누가 뭘 맡을지 정한다. 그리고 첫 시도부터 기록한다.

2026-09-06 덧붙임: 7월의 작업을 8월에 돌아본 기록이다. ‘8번이 완벽했다’는 당시의 내 평가이고, 공개 사흘 만의 반응은 내가 접한 사용 소식이지 검증된 성공률이나 채택 규모가 아니다. 현재 ballast의 배경과 상태는 최근 글에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