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프로젝트읽기 2분

ballast: AI와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

AI한테 시키면 그럴듯한 반쪽이 나온다. 생성된 코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내가 건 것은 프롬프트도 모델도 아니고, 일을 시키는 순서다.

수정

나는 AI가 만든 코드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런데 몇 달째 업무 전체가 AI 위에서 돌아간다. 리서치, 문서, 데이터 정리, 콘텐츠 파이프라인까지. 이 조합이 이상하게 들리면 아마 AI한테 일을 시켜본 적이 있어서일 거다. 시키면 나온다. 그럴듯하다. 그리고 어딘가 반쪽이다. 어디가 반쪽인지는 확인해봐야 알고, 확인할 방법이 없으면 놓칠 수 있다.

내가 그 코드를 전부 읽고 판단하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결과물 검수까지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다른 데 걸었다. 더 좋은 프롬프트도 더 비싼 모델도 아니고, 일을 시키는 순서.

첫째, 아는 것부터 부른다. 지난달에 확정한 규칙, 검증해 둔 사실, 한 번 뚫어둔 절차. 이걸 안 부르면 AI는 매번 처음 보는 얼굴로 같은 조사를 다시 한다. AI 업무에서 시간이 새는 첫 번째 구멍이 새 문제가 아니라 이미 푼 문제라는 걸, 나는 같은 교정을 세 번쯤 반복하고 알았다.

남긴 기록이 다시 출발점이 되도록
아는 것부터
확정한 규칙과 확인한 사실, 이미 해본 절차를 불러온다.
모르는 것을 찾기
낯선 분야의 쟁점과 실수, 표준 도구부터 알아본다.
쪼개고 확인하기
필수 요소를 나누고 기반부터 확인한다.이미지 사례에서는 입력과 출력을 대조했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결과물만 주고 써보게 한 뒤, 막힌 곳을 고쳐 다시 확인한다.
다음 일로
결정과 확인한 사실, 새 절차를 파일에 남겨 다시 불러온다.
마지막에 남긴 기록을 다음 작업의 첫 단계에서 다시 꺼낸다.본문 · 다섯 가지 작업 순서

둘째, 모르는 분야면 답부터 만들지 않는다. 그 분야가 뭘 놓고 싸우는지, 초보가 어디서 미끄러지는지, 표준 도구가 뭔지 — 질문부터 모은다. 뭐가 기반인지의 목록을 내가 정하면 모르는 사람이 짠 커리큘럼이 나온다. 목록 자체를 그 분야에서 받아와야 한다.

셋째, 쪼갠다. 목표를 떠받치는 필수 요소, 그 요소의 기반, 그 기반의 기반 — 더 못 쪼갤 크기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채운다. 한 조각이 검증을 통과해야 그 위에 다음 조각이 올라간다. 조사는 AI한테 맡겨도 되는데, 가져온 건 전부 전언 취급이다. 반박을 견딘 것만 기반이 된다.

이 검증이 순서 안에 없을 때 무슨 일이 나는지는 겪어서 안다. 7월에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를 깎는데 첫 판이 잘 나왔다. 성과도 좋아 보였다. 뜯어보니 생성이 된 게 아니라 입력 이미지가 그대로 복제돼 나온 거였다. 검증이 순서에 박혀 있지 않으면 "좋아 보임"이 그대로 확정으로 굳는다. 그 뒤로 잘 나온 결과를 받으면 입력과 출력부터 대조한다.

넷째, 내보내기 전에 시켜본다. 맥락이 하나도 없는 대역에게 결과물만 주고 실제로 실행시킨다. 만든 사람 눈에는 완성인데 처음 보는 사람이 세 걸음 만에 막히는 물건이 생각보다 많다. 막힌 자리를 고치고, 새 대역으로 다시. 완료는 AI의 말이 아니라 검사 통과로 닫는다.

다섯째, 남긴다. 이번에 확정한 결정, 검증을 통과한 사실, 새로 뚫은 절차를 파일로 남기고, 다음 목표는 그 위에서 시작한다. 이게 쌓이면 같은 교정을 두 번 할 일이 줄고, 줄어든 만큼 AI가 낯선 문제에만 시간을 쓴다.

이 순서를 머리로 기억하는 방식은 안 됐다. 사람도 새고 AI는 더 샌다. 그래서 통째로 파일로 만들어 클로드 코드 플러그인으로 공개해 뒀다. ballast라고 이름 붙였다.

github.com/svy04/ballast

2026-09-06 덧붙임: 2026년 8월 당시의 작업 방식과 경험을 남긴 글이다. ballast의 제작 배경과 현재 상태는 최근 글에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