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연구노트읽기 3

비개발자가 만들려면, 어디까지 알아야 할까

기획과 설계, 개발을 에이전트에게 맡기면서도 사람이 해야 할 선택은 남기는 환경을 구상하고 있다.

만들고 싶은 것이 있다.

AI에게 설명하면 코드가 나온다. 화면도 생긴다. 그런데 조금만 이어가면 처음 보는 질문이 돌아온다.

어떤 구성을 쓸지, 오류가 난 이유가 무엇인지, 실행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비개발자는 결국 그 답을 찾기 위해 다시 공부해야 한다. 공부 자체가 문제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결과를 만들기 위해 모든 기술 선택을 직접 담당해야 한다면, AI에게 맡길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인 걸까?

나는 이 질문에서 새로운 개발 환경을 생각하고 있다.

아직 완성된 제품의 소개는 아니다. 지금 만들고 싶은 방향을 남겨두는 글이다.

1. 코드 입력창을 쉽게 만드는 것보다

비개발자를 위한 환경이라고 하면 복잡한 화면을 단순하게 만들거나, 명령어 대신 버튼을 제공하는 것을 떠올릴 수 있다.

그것도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바꾸고 싶은 것은 화면만이 아니다.

기획과 설계, 개발이 끊겨 있는 상태를 줄이고 싶다. 사용자가 하고 싶은 일을 설명하면, 에이전트가 필요한 질문을 정리하고, 설계를 만들고, 구현과 확인까지 이어갔으면 한다.

과정 사이에서 정보를 다시 복사하고, 어떤 문서를 다음 도구에 줘야 할지 고민하는 일을 줄이고 싶다.

사람이 전문 용어를 번역해서 전달하는 중간 역할에 머물지 않았으면 한다.

2. 물어야 할 질문은 남긴다

그렇다고 AI가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누구를 위해 만들 것인지. 그 사람이 무엇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어떤 결과를 원하지 않는지. 비용과 운영의 부담을 어디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지.

이런 질문은 필요하다.

반면 사용자가 답할 필요가 없는 기술 선택까지 계속 돌아온다면 불필요한 부담이 된다. 에이전트가 비교하고 구현하고 확인해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그쪽에서 처리했으면 한다.

내가 원하는 것은 질문이 전혀 없는 환경이 아니다.

사용자가 답해야 하는 질문이 무엇인지 제대로 나눠진 환경이다.

3. 안 보이게 만든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복잡한 과정을 숨기면 사용하기 쉬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을 때 아무것도 알 수 없다면, 사용자는 결과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 왜 멈췄는지 모르고 다시 만들어달라고 반복할 수도 있다.

그래서 위임과 숨김을 구분하고 싶다.

사용자가 모든 구현을 읽을 필요는 없어도, 무엇이 만들어졌고 어떤 부분을 확인했으며 무엇이 아직 남았는지는 알 수 있어야 한다. 다음 작업을 이어갈 수 있는 기록도 필요하다.

처음 실행되는 장면만 보여주는 것으로 끝내고 싶지는 않다.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고, 계속 사용할 수 있는 흐름까지 생각하고 있다.

4. 사람이 남을 자리를 좁고 분명하게 만든다

나는 기획과 설계, 개발을 모두 사람이 세부적으로 감독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에이전트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맡기고 싶다. 사용자가 할 일은 원하는 결과를 선택하고, 중요한 제안을 판단하고, 책임이 따르는 행동을 승인하는 쪽에 가까웠으면 한다.

예를 들어 실제 돈을 쓰거나 외부 사람에게 공개하는 일은 단순한 내부 수정과 같지 않다. 그런 차이를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줘야 한다.

기술을 모른다는 이유로 판단권을 잃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오히려 기술적인 세부에 계속 붙잡히지 않아야 자신의 목적을 더 잘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맡길 일과 직접 답할 질문

만들고 싶은 일을 설명한 뒤, 모든 질문이 사용자에게 돌아올 필요는 없다.

에이전트에게 맡길 일
필요한 질문 정리, 기술 대안 비교, 설계와 구현, 결과 확인.무엇을 만들고 확인했는지, 무엇이 남았는지 기록은 보여준다.
사람에게 남길 선택
누구를 위한 어떤 결과인지, 비용과 운영 부담을 어디까지 받아들일지.실제 지출이나 외부 공개처럼 책임이 따르는 행동은 승인한다.
아직 구상 중인 개발 환경에서 나누고 싶은 역할.본문 · 사람이 남을 자리를 좁고 분명하게 만든다

5. 이전 프로젝트에서 가져갈 것

ballast를 회사에서 사용하며, 일을 이어갈 수 있는 맥락과 배움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꼈다. 미메시스에서는 좋은 결과의 기준을 구체화하려 했다. 다른 프로젝트를 만들면서는 분야마다 확인해야 할 것이 다르다는 경험도 했다.

이 경험들은 새 환경을 생각하는 재료가 된다.

하지만 기존 도구를 모두 합치면 자동으로 원하는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처음 사용하는 비개발자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내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편한 방식과, 그 사람이 처음 들어와도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은 다를 수 있다.

지금의 우선순위

당장은 superapp과 ballast를 병행하고 있다. superapp은 설계를 바탕으로 개발하고 있고, ballast는 지식관리 체계를 개편하고 있다.

새 개발 환경은 그와 구분되는 큰 구상이다. 지금 공개할 이름이나 출시 시점을 정해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부터 정확히 남기고 싶다.

‘누구나 아무것도 몰라도 무엇이든 만든다’는 말은 너무 크다.

내가 원하는 것은 조금 더 구체적이다.

에이전트에게 넘길 수 있는 일 때문에 사람이 계속 멈추지 않았으면 한다. 대신 자기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왜 그 선택을 하는지는 놓지 않았으면 한다.

기술을 배울 자유와, 모든 기술을 직접 담당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함께 있었으면 한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