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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C.D. FRIEDRICH
TWO MEN CONTEMPLATING THE MOON
c.1825 · MET CC0 · 1비트 베이어
연구노트읽기 22026.08.17연구 기록

도메인 지식이 깊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뭘까?

도메인 지식이 깊은 사람과 업무력이 좋은 사람은 뭐가 다른가. 퀄리티냐 복제 가능한 적당함이냐, 시간을 쏟느냐 빨리 재고 고치느냐 — 7월 어느 새벽에 정한 세 가지.

7월 28일 새벽 2시 반, 클로드한테 이렇게 물었다. “도메인 지식이 깊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뭘까?”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한다. 개발도 디자인도 데이터도 배운 적이 없는데, 정작 일은 온통 그 전공들 위에서 굴러간다. 그래서 저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도메인 지식이 깊은 사람과 업무력이 좋은 사람은 뭐가 다른가. 내 답은 선택 두 쌍이다. 퀄리티냐, 복제 가능한 적당함이냐. 시간을 쏟아붓느냐, 빨리 재고 빨리 고치느냐. 전문가는 앞쪽을 고를 자격이 있다. 그날 밤의 나는 자격이 없었고, 뒤쪽 카드를 쥐었다.

그 새벽에 정한 게 셋 있다.

첫째, 분업. 판단은 내가 내리고, 정보 처리와 문서 작성은 클로드에게 넘긴다. 조사는 검색을 잘하는 다른 AI 몫이다 — 나는 그록을 쓴다. 모든 걸 직접 꿰고 있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판을 짜고 누구에게 무엇을 맡길지는 내가 결정한다.

둘째, 말. AI가 일하고 내가 보고를 받아 승인하는 구조인데, 정작 올라오는 보고가 도무지 읽히질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 보고 방식부터 뜯어고쳤다. “지금 잘 안 읽히거든” — 어려운 용어는 쳐내게 하고, 결론부터 앞에 놓게 하고, 사전 배경 없이 봐도 단번에 파악되도록 문장을 평문으로 바꾸게 했다. 못 알아듣는 보고는 승인하지 않기로 했고, 그러자면 보고부터 쉬워져야 했다.

셋째, 횟수와 기록. 한 번에 기막힌 답을 낼 재주는 없다. 대신 집요하게 여러 번 부딪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시도할 때마다 무엇을 바꿨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적었고, 제대로 먹혀든 설정은 그대로 저장해 뒀다. 그날 기록엔 이렇게 적혀 있다. “9번 시도 했는데 8번이 그냥 완벽했음.” 그 저장본이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날 밤 붙잡고 있던 작업은 회사가 권리를 가진 가상 캐릭터의 이미지 콘텐츠를 만드는 지시문을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이었다. 새벽에 시작해 아침까지 갔고,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화질, 그림자, 머리카락, 표정, 시선. 걸리는 걸 하나씩 실험으로 잡았다. 전공 지식으로 잡은 게 아니라 바꿔 보고 기록해서 잡았다.

이렇게 일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일단 뭐라도 성과를 내고, 빨리 재고, 빨리 개선하면서 성장해야 회사에서 지원도 받는다. 그리고 적당하게 시작한 판도 여덟 번을 거치니 고점에 닿았다.

그날 정한 셋은 지금도 돌아간다. 분업은 한층 정교해졌고, 한 번 고친 보고 규칙은 저장해 뒀다가 관련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AI 눈앞에 자동으로 다시 놓이게 만들었다. 이 방식은 나중에 통째로 오픈소스 플러그인이 됐다 — ballast라고 이름 붙였고, 공개 사흘 만에 실제로 써봤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자세한 얘기는 따로 적었다: ballast: AI와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

지금도 낯선 분야의 일이 들어오면 그 새벽처럼 시작한다. 뭘 모르는지부터 적는다. 누가 뭘 맡을지 정한다. 그리고 첫 시도부터 기록한다.

도판REMBRANDT · ARISTOTLE WITH A BUST OF HOMER · 1653 · MET CC0 · 1비트 베이어
이 페이지의 도판 두 장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공개 이미지(MET CC0)다. 출처는 각 캡션에 적었다.
연구노트 · 2026.08.17 · 글 오영웅 · 글 목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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