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8일 새벽 2시 반, 클로드한테 이렇게 물었다. “도메인 지식이 깊은 것과 일을 잘하는 것은 뭘까?”
스타트업에서 마케팅을 한다. 개발도 디자인도 데이터도 배운 적이 없는데, 정작 일은 온통 그 전공들 위에서 굴러간다. 그래서 저 질문을 오래 붙들고 있었다. 도메인 지식이 깊은 사람과 업무력이 좋은 사람은 뭐가 다른가. 내 답은 선택 두 쌍이다. 퀄리티냐, 복제 가능한 적당함이냐. 시간을 쏟아붓느냐, 빨리 재고 빨리 고치느냐. 전문가는 앞쪽을 고를 자격이 있다. 그날 밤의 나는 자격이 없었고, 뒤쪽 카드를 쥐었다.
그 새벽에 정한 게 셋 있다.
첫째, 분업. 판단은 내가 내리고, 정보 처리와 문서 작성은 클로드에게 넘긴다. 조사는 검색을 잘하는 다른 AI 몫이다 — 나는 그록을 쓴다. 모든 걸 직접 꿰고 있을 필요는 없어졌지만, 판을 짜고 누구에게 무엇을 맡길지는 내가 결정한다.
둘째, 말. AI가 일하고 내가 보고를 받아 승인하는 구조인데, 정작 올라오는 보고가 도무지 읽히질 않았다. 그래서 그날 밤 보고 방식부터 뜯어고쳤다. “지금 잘 안 읽히거든” — 어려운 용어는 쳐내게 하고, 결론부터 앞에 놓게 하고, 사전 배경 없이 봐도 단번에 파악되도록 문장을 평문으로 바꾸게 했다. 못 알아듣는 보고는 승인하지 않기로 했고, 그러자면 보고부터 쉬워져야 했다.
셋째, 횟수와 기록. 한 번에 기막힌 답을 낼 재주는 없다. 대신 집요하게 여러 번 부딪히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시도할 때마다 무엇을 바꿨고 결과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적었고, 제대로 먹혀든 설정은 그대로 저장해 뒀다. 그날 기록엔 이렇게 적혀 있다. “9번 시도 했는데 8번이 그냥 완벽했음.” 그 저장본이 다음 작업의 출발점이 됐다.
그날 밤 붙잡고 있던 작업은 회사가 권리를 가진 가상 캐릭터의 이미지 콘텐츠를 만드는 지시문을 고치고 또 고치는 일이었다. 새벽에 시작해 아침까지 갔고, 눈을 붙이고 일어나 다음 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화질, 그림자, 머리카락, 표정, 시선. 걸리는 걸 하나씩 실험으로 잡았다. 전공 지식으로 잡은 게 아니라 바꿔 보고 기록해서 잡았다.
이렇게 일하면서 배운 게 하나 있다. 일단 뭐라도 성과를 내고, 빨리 재고, 빨리 개선하면서 성장해야 회사에서 지원도 받는다. 그리고 적당하게 시작한 판도 여덟 번을 거치니 고점에 닿았다.
그날 정한 셋은 지금도 돌아간다. 분업은 한층 정교해졌고, 한 번 고친 보고 규칙은 저장해 뒀다가 관련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AI 눈앞에 자동으로 다시 놓이게 만들었다. 이 방식은 나중에 통째로 오픈소스 플러그인이 됐다 — ballast라고 이름 붙였고, 공개 사흘 만에 실제로 써봤다는 사람들이 나왔다. 자세한 얘기는 따로 적었다: ballast: AI와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
지금도 낯선 분야의 일이 들어오면 그 새벽처럼 시작한다. 뭘 모르는지부터 적는다. 누가 뭘 맡을지 정한다. 그리고 첫 시도부터 기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