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
도판: T. GERICAULT
EVENING · AQUEDUCT
1818 · MET CC0 · 로컬 하프톤
프로젝트읽기 22026.08.16제작 기록

ballast: AI와 함께 일을 잘하는 방법

AI한테 시키면 그럴듯한 반쪽이 나온다. 코드를 못 읽는 내가 건 것은 프롬프트도 모델도 아니고, 일을 시키는 순서다.

나는 코드를 못 읽는다. 그런데 몇 달째 업무 전체가 AI 위에서 돌아간다. 리서치, 문서, 데이터 정리, 콘텐츠 파이프라인까지. 이 조합이 이상하게 들리면 아마 AI한테 일을 시켜본 적이 있어서일 거다. 시키면 나온다. 그럴듯하다. 그리고 어딘가 반쪽이다. 어디가 반쪽인지는 열어봐야 알고, 열어볼 능력이 없으면 끝까지 모른다.

내가 그 열어볼 능력이 없는 쪽이다. 결과물을 검수해서 사는 길은 처음부터 없었다. 그래서 다른 데 걸었다. 더 좋은 프롬프트도 더 비싼 모델도 아니고, 일을 시키는 순서.

첫째, 아는 것부터 부른다. 지난달에 확정한 규칙, 검증해 둔 사실, 한 번 뚫어둔 절차. 이걸 안 부르면 AI는 매번 처음 보는 얼굴로 같은 조사를 다시 한다. AI 업무에서 시간이 새는 첫 번째 구멍이 새 문제가 아니라 이미 푼 문제라는 걸, 나는 같은 교정을 세 번쯤 반복하고 알았다.

둘째, 모르는 분야면 답부터 만들지 않는다. 그 분야가 뭘 놓고 싸우는지, 초보가 어디서 미끄러지는지, 표준 도구가 뭔지 — 질문부터 모은다. 뭐가 기반인지의 목록을 내가 정하면 모르는 사람이 짠 커리큘럼이 나온다. 목록 자체를 그 분야에서 받아와야 한다.

셋째, 쪼갠다. 목표를 떠받치는 필수 요소, 그 요소의 기반, 그 기반의 기반 — 더 못 쪼갤 크기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아래에서부터 채운다. 한 조각이 검증을 통과해야 그 위에 다음 조각이 올라간다. 조사는 AI한테 맡겨도 되는데, 가져온 건 전부 전언 취급이다. 반박을 견딘 것만 기반이 된다.

이 검증이 순서 안에 없을 때 무슨 일이 나는지는 겪어서 안다. 7월에 이미지 생성 프롬프트를 깎는데 첫 판이 잘 나왔다. 성과도 좋아 보였다. 뜯어보니 생성이 된 게 아니라 입력 이미지가 그대로 복제돼 나온 거였다. 검증이 순서에 박혀 있지 않으면 “좋아 보임”이 그대로 확정으로 굳는다. 그 뒤로 잘 나온 결과를 받으면 입력과 출력부터 대조한다.

넷째, 내보내기 전에 시켜본다. 맥락이 하나도 없는 대역에게 결과물만 주고 실제로 실행시킨다. 만든 사람 눈에는 완성인데 처음 보는 사람이 세 걸음 만에 막히는 물건이 생각보다 많다. 막힌 자리를 고치고, 새 대역으로 다시. 완료는 AI의 말이 아니라 검사 통과로 닫는다.

다섯째, 남긴다. 이번에 확정한 결정, 검증을 통과한 사실, 새로 뚫은 절차를 파일로 남기고, 다음 목표는 그 위에서 시작한다. 이게 쌓이면 같은 교정을 두 번 할 일이 줄고, 줄어든 만큼 AI가 낯선 문제에만 시간을 쓴다.

이 순서를 머리로 기억하는 방식은 안 됐다. 사람도 새고 AI는 더 샌다. 그래서 통째로 파일로 만들어 클로드 코드 플러그인으로 공개해 뒀다. ballast라고 이름 붙였다.

github.com/svy04/ballast

도판A.P. RYDER · TOILERS OF THE SEA · c.1883 · MET CC0 · 1비트 베이어
이 페이지의 도판 두 장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공개 이미지(MET CC0)다. 출처는 각 캡션에 적었다.
프로젝트 · 2026.08.16 · 글 오영웅 · 글 목록 →
다른 글
  1. 우린 콘텐츠를 만들지 않고 찍어낸다.프로젝트 · 2026.08.16
  2. AI가 완료했다고 하면 검사 95개부터 돌리는 도구를 만들었다프로젝트 · 2026.07.07
  3. QuantFlow에서 Alpha Court로 — 실패를 다시 읽었다프로젝트 · 2026.05.27
구독새 글은 RSS로RS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