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연구노트읽기 3

기능은 있는데, 왜 이 화면을 써야 할지 모르겠다

AI가 만들었는지 가려내려는 글이 아니다. 내가 만든 화면에서 목적과 선택이 흐려지는 순간을 돌아본다.

수정

버튼은 있다. 입력도 된다. 다음 화면으로 넘어간다.

색과 여백도 나쁘지 않다. 처음에는 꽤 잘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조금 더 보고 있으면 멈추는 곳이 있다.

여기서 무엇을 해야 하지?

기능이 없어서가 아니다. 할 수 있는 일은 많은데 무엇이 중요한지 잘 보이지 않는다. 나는 이런 화면을 보고 가짜 같다고 표현하곤 했다.

하지만 그 말로는 아무것도 고칠 수 없다.

어디가 왜 어색한지 나눠봐야 했다.

1. 모든 것을 남겨두고 있었다

카드마다 비슷한 크기를 주고, 버튼마다 강조를 넣고, 설명도 빠짐없이 채운다.

정돈되어 보인다. 하지만 처음 보는 사람은 무엇부터 해야 할지 알기 어렵다.

내가 먼저 보여주고 싶은 것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일 수 있다. 중요하지 않은 것도 없애지 못해서, 결국 모두가 같은 무게로 남은 것이다.

그렇다고 화면을 일부러 불균형하게 만들라는 뜻은 아니다. 여러 항목을 같은 조건으로 비교해야 하는 화면이라면 균등한 배치가 필요할 수 있다.

문제는 균등함 자체가 아니다.

그렇게 배치한 이유가 내가 원하는 사용자의 행동과 연결되는가를 보려 한다.

2. 문장이 어떤 상황도 가리키지 않았다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합니다.’

틀렸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 문장을 읽고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내가 어떤 불편을 봤고, 무엇을 바꿨는지가 보이지 않는다. 다른 제품에 붙여도 크게 어색하지 않다.

예를 들어 업무를 설명하는 도구라면 ‘생산성을 높여드립니다’보다 ‘작업한 화면을 단계별 설명으로 남깁니다’가 무엇을 하는지 알려준다.

두 문장 중 어느 것이 항상 더 좋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내가 설명해야 할 기능을 넓은 말로 감추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싶다.

문장을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구체적으로 만드는 일이 먼저였다.

3. 스타일로 목적을 대신했다

둥근 카드와 부드러운 색을 쓰면 편안해 보일 수 있다. 귀여운 캐릭터를 넣으면 분위기도 달라진다.

나도 이런 요소를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용자가 편리해지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정보를 찾을 수 없거나, 다음 행동이 어색하면 스타일을 더해도 문제는 남는다.

귀여운 화면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 없이, 좋아 보이는 재료를 기본값처럼 얹고 있었는지가 문제다.

어떤 서비스에서는 캐릭터의 반응이 경험의 중심이다. 다른 업무 화면에서는 결과를 빠르게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둘을 같은 디자인 기준으로 만들 필요는 없다.

4. 누른 뒤의 일이 빠져 있었다

버튼을 누르면 다음 화면이 나온다.

그런데 사용자는 그 선택이 저장됐는지, 잘못 눌렀을 때 되돌릴 수 있는지, 작업이 진행 중인지 알 수 없을 수 있다.

동작이 있다는 말과 흐름이 이해된다는 말은 다르다.

처음의 입력부터 결과를 사용하는 순간까지 따라가야 한다. 중간에 실패하거나 정보가 없을 때도 사용자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봐야 한다.

이때 ‘버튼이 작동한다’만 확인하면 실제로 막히는 곳을 놓친다.

나는 이제 결과 화면만 보지 않고, 그 화면에 도착하는 동안 무슨 생각을 해야 하는지 함께 보려고 한다.

버튼이 작동한다는 말에 빠진 것
동작을 보면
버튼을 눌렀고 다음 화면이 나타났다.입력에 반응하는지는 볼 수 있다.
사용을 따라가면
선택이 저장됐는지, 아직 진행 중인지, 잘못 눌렀다면 되돌릴 수 있는지 묻게 된다.실패하거나 정보가 없을 때 다음에 할 일도 보여야 한다.
본문의 버튼 예시를 나눈 설명이다. 실제 화면의 수정 전후는 아니다.본문 · 누른 뒤의 일이 빠져 있었다

5. 빼도 되는 것을 빼지 못했다

무언가 부족해 보이면 더 넣고 싶어진다.

설명이 짧으면 문장을 늘리고, 화면이 비어 보이면 카드를 추가한다. 기능이 단순하면 다른 메뉴를 붙인다.

그런데 추가한 것이 사용자의 일을 늘릴 수도 있다.

필요 없는 설정을 고르게 하고, 읽지 않아도 되는 문장을 읽게 하고, 하나면 되는 행동을 여러 단계로 나눌 수 있다.

무엇을 추가했는지만큼 무엇을 없앴는지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채우지 않으려 한다.

이건 AI를 가려내는 기준이 아니다

사람이 만든 화면에도 이런 문제가 있다. AI와 만든 화면에도 분명한 목적과 세심한 선택이 있을 수 있다.

나는 결과물만 보고 누가 만들었는지 판정하려는 것이 아니다.

AI를 사용하며 더 빨리 만들 수 있게 된 만큼, 무엇을 만들지 정하지 않은 상태도 더 빨리 완성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었다. 내가 지적해야 할 것은 그 부분이다.

좋아 보인다는 감상과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나누고 싶다.

내가 만든 것도 같은 기준으로 본다

다른 사람의 결과를 보면 어색한 부분을 쉽게 찾는다. 내가 만든 것은 그 안에 들어간 이유를 알고 있어서 오히려 지나칠 때가 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의 질문으로 돌아가려 한다.

이곳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해보고 나면 무엇이 남는가. 잘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화면을 바꾸는 것과, 조금 더 멋있게 보이려고 바꾸는 것은 다른 작업이다.

이제는 ‘AI가 만든 것 같아’라는 말로 끝내고 싶지 않다.

내가 어떤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까지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