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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작은 이커머스 일을 했다.
해외와 국내의 가격 차이를 보고 게임 관련 상품을 거래하는 일이었다. 같은 상품도 어디에서 구하는지에 따라 가격이 달랐고, 그 차이를 연결하면 수입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거래가 이뤄지는 것 자체가 좋았다.
내가 찾은 정보가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되고, 그 과정에서 돈이 생겼다. 그냥 생각하던 것과 실제로 해보는 것은 달랐다.
1. 거래가 늘어나면 내가 하는 일도 늘어난다
하지만 주문 하나가 끝나기까지 해야 할 일이 있었다.
결제를 확인하고, 상품을 전달하고, 안내를 보내고, 질문에 답했다. 같은 설명을 다시 하고, 같은 내용을 복사해서 보냈다.
한두 건일 때에는 그냥 하면 되는 일이었다. 반복되자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걸 왜 계속 내가 하고 있지?”
하기 싫어서만은 아니었다. 이미 처리 방법을 아는 일을 매번 처음처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2. 파이썬을 배운 이유
반복되는 전달과 안내를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디스코드 봇과 자동화에 관심을 가졌고, 필요한 것을 만들기 위해 파이썬을 공부했다.
그 과정에서 API를 접했다. 다른 서비스와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다는 개념을 배우며, 내가 손으로 옮기던 것 중 일부를 연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처음부터 개발자가 되겠다는 계획이 앞선 것은 아니었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반복이 있었고, 그것을 줄일 방법을 찾다 보니 공부해야 할 것이 생겼다.
그러니 공부의 이유가 비교적 명확했다. 이걸 배우면 지금 하는 일의 어느 부분이 달라지는지 떠올릴 수 있었다.
3. 자동화가 된 부분과 남아 있는 부분
안내를 보내거나 정보를 전달하는 일부 과정을 도구에 맡겼다. 하지만 사업의 모든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어떤 상품을 다룰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응할지, 이 일을 계속할지 같은 선택은 남았다.
그런데 그 차이가 좋았다.
반복되는 일을 하나 줄이면 다른 것을 생각할 여유가 생겼다. 무엇을 더 팔 수 있을까보다, 어떤 일을 다시 하지 않아도 되게 만들 수 있을까에 점점 더 관심이 갔다.
지금 생각하면 내가 재미를 느낀 지점이 조금씩 바뀌고 있었던 것 같다.
도구에 맡긴 것은 정보 전달과 안내의 일부였다.
- 결제 확인
- 주문에 대한 결제를 확인한다.
- 상품 전달
- 주문한 상품을 전달한다.
- 안내 보내기
- 같은 설명과 내용을 다시 보내는 일이 생긴다.
- 질문에 답하기
- 거래 뒤에 돌아오는 질문에도 답한다.
4. 그만둔다고 전부 틀렸던 것은 아니다
이 일은 약 6개월 뒤 멈췄다.
시장의 크기와 내가 더 해보고 싶은 것을 생각했다. 수입이 있다는 이유로 계속 붙잡을 수도 있었지만, 그 시간이 내가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과 잘 이어지는지 고민했다.
그렇다고 안정적인 수입을 버리는 것이 항상 옳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그 선택이 가능한 상황도 사람마다 다르고, 꾸준한 운영에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다만 당시의 나는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고 있었다.
물건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시작했지만, 반복되는 일을 바꾸는 도구를 만드는 것에 더 오래 마음이 갔다.
지금의 작업과 이어지는 부분
ballast를 처음 만든 이유도 내가 쓰기 위해서였다. 회사에서 개발과 설계, 마케팅 일을 하며 사용할 수 있게 다듬었다.
superapp에서는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싶다. 정보를 옮기고 정리하는 일을 줄이는 데서 끝나지 않고, 내 업무와 회사의 상황을 보며 다음 선택을 할 수 있게 만들고 있다.
지금의 프로젝트를 그때 모두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왜 반복되는 일에 계속 신경을 쓰는지 돌아보면 이 경험이 떠오른다.
장사를 시작하며 수입을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내가 손으로 반복하던 일을 도구에 넘길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그 뒤로는 일을 할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하게 됐다.
이것도 매번 내가 해야 하는 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