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인생사읽기 3

혼자 답을 찾다가, 다시 사람을 찾아갔다

포레스트 크루에 합류하며 달라진 것은 정보의 양만이 아니었다. 내가 가진 질문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게 됐다.

수정

혼자서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익숙했다.

투자를 공부하고, 작은 사업을 해보고, 게임 도구를 만들고, 서버를 운영했다. 문제가 생기면 찾아보고 해결했다. 모르겠으면 더 공부했다.

그런데 하던 일을 멈추고 나니 다른 문제가 남았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것.

배울 자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만들 수 있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위해 그걸 해야 하는지 묻는 순간, 답이 흐릿해졌다.

다시 연락한 사람

2026년 2월, 선태 형에게 연락했다.

중학생 때 꿈을 찾는 방법을 이야기해줬던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비슷한 고민으로 형을 찾았다.

나는 누군가 방향을 정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지금까지 이렇게 살아왔고, 이런 것들을 해봤으니, 앞으로는 이 길로 가면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

하지만 대화는 내가 기대한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형은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나 자신을 얼마나 알고 있는지 돌아보게 했다. 답을 정해주는 대신, 내가 답해야 할 질문을 다시 꺼내줬다.

생각해보면 당연했다.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까지 다른 사람이 대신 결정할 수는 없다. 그런데 당시에는 그 당연한 일을 누군가에게 넘기고 싶었던 것 같다.

처음 들어간 모임

그 만남을 계기로 포레스트 크루에 참여했다.

당시 강남의 web3localhost에서 모임이 열렸다. 개발자, 기획자, 사업과 연구를 하는 사람들이 각자 진행한 일을 공유하고, 세미나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모임이 열렸던 web3localhost

처음에는 위축됐다. 나는 혼자 해온 일이 많았고, 그 사람들은 각자의 현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런데 듣다 보니 조금 다른 것이 보였다.

같은 기술을 봐도 질문이 달랐다. 누군가는 어떻게 구현할지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누가 사용할지 물었고, 다른 사람은 실제로 운영하면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를 짚었다.

나는 혼자서도 많이 찾아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모르는 분야의 사람과 대화하면, 검색할 때는 떠올리지 못했던 질문이 나왔다. 정보를 더 얻었다는 것보다 그 차이가 크게 느껴졌다.

내가 찾아보는 것들은 결국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들이었다. 다른 사람은 내가 지나친 곳에서 멈췄다.

두려움이 없어진 것은 아니다

그날 AI와 개발에 관한 이야기도 길게 나눴다.

내가 배워온 기술이 앞으로도 같은 가치를 가질까. 지금부터 무엇을 배워야 할까. 무언가를 익히는 동안 도구가 더 빨리 변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질문들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그렇다고 그 자리에서 미래를 알게 된 것은 아니다. 누군가 산업에 대해 확신 있게 말해도, 내 삶의 정답까지 함께 얻어지는 것은 아니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고민은 이어졌다.

다만 한 가지는 정할 수 있었다. 답을 찾을 때까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내가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을 만들어보자는 것.

만들어봐야 내가 무엇에 흥미를 느끼는지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만들면서 질문이 달라졌다

그 뒤로 개인 비서와 콘텐츠 자동화, 당시의 Alpha Court를 만들어봤다.

개인 비서는 일상의 일정과 맥락을 이어갈 수 있을지 보는 실험이었다. 콘텐츠 자동화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내가 반복하는 일을 줄여보려는 시도였다. 초기 Alpha Court에서는 투자 예측과 신뢰를 다뤘다.

각각 만든 이유도, 막힌 지점도 달랐다.

만들 수 있다고 사람들이 쓰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편리하다고 느끼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것도 같지 않았다. 결과물이 나오는 것만으로 제품화할 준비가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질문들을 혼자 가지고만 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좋았다.

누군가에게 물어볼 수 있었고, 내가 한 설명이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대답을 듣다 보면 처음 문제를 잘못 잡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에게 남은 것

좋은 사람을 만난다고 인생이 저절로 바뀌지는 않는다.

모임에 나갔다고 목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누군가의 조언을 들었다고 실행까지 되는 것도 아니다. 결국 내 생활로 돌아와 움직이는 사람은 나다.

하지만 혼자서는 같은 질문을 같은 방식으로 반복할 때가 있다.

그때 내가 생각하지 못한 것을 물어봐주는 사람이 있다는 건 큰 도움이 된다. 성과가 나오지 않는 시기에도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그렇다.

나는 사람을 만나면서도 그 관계가 나를 얼마나 성장시킬지 먼저 생각하곤 했다. 지금은 그것만으로 관계를 설명하고 싶지는 않다.

고민을 꺼낼 수 있다는 것. 상대방의 고민을 들을 수 있다는 것. 무언가를 만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서로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할 수 있다는 것.

그런 관계도 필요했다.

이 글을 쓰며 선태 형과 함께 이야기를 나눠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긴다.

아직 답을 다 찾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제는 혼자 찾고 있다는 생각이 덜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