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인생사읽기 2

머릿속에만 있던 생각을 처음 화면으로 꺼냈다

친구에게 UX/UI를 배우며 아이디어를 화면으로 옮겼다. 그 과정에서 내가 설명하지 못했던 부분이 보이기 시작했다.

수정

아이디어가 있다고 생각했다.

어떤 기능이 필요하고, 사람들이 왜 사용할 것이고, 무엇이 편해질지 말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막상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보여줄 것이 없었다.

내 머릿속에서는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 머릿속을 볼 수 없었다.

그때 친구에게 UX/UI를 배웠다.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처음에는 화면을 만들 수 있다는 것만으로 좋았다. 글로 적던 것을 버튼과 입력창, 여러 화면으로 옮길 수 있었다.

Figma를 사용하며 정렬하는 법을 배우고, 화면을 연결하고, 사용자가 어디를 눌러야 하는지 생각했다.

단순히 도구 하나를 배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화면을 만들수록 내가 정하지 않은 것이 드러났다.

사용자는 처음 들어와서 무엇을 해야 할까. 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무엇을 보여줘야 할까.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려면 지금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글에서는 한 문장으로 넘어갔던 부분이었다. 화면에서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생각이 화면이 됐을 때
학습 목표와 기한을 정하는 초기 모바일 목업. 회색 예시 카드와 목표 정하기 버튼.

목표를 고르는 일, 추천을 이해하는 일, 다음으로 넘어가는 일. 화면을 그리자 서로 다른 선택이 보였다.

원고와 함께 보관된 학습 화면 목업. 회색 영역과 예시 문구가 남아 있는 기획 단계의 화면이다.보관 자료 · android-large-7.png

내가 아는 것과 사용자가 아는 것

학습 서비스를 구상하며 관심 분야를 고르고, 추천을 받고,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화면도 생각했다.

만드는 사람인 나는 왜 이 화면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들어오는 사람도 그럴까?

추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그 추천을 바로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행률이 보인다고 해서 계속 공부하고 싶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때부터 화면을 보는 질문이 조금 달라졌다.

“여기에 무엇을 넣을까?”

그 질문 앞에 하나가 더 생겼다.

“이 사람은 지금 무엇을 알고 싶을까?”

불편함을 발견했다고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디자인을 배우고 나니 일상에서 사용하는 화면도 다르게 보였다. 필요한 정보를 찾으러 여러 번 이동하거나, 눌러야 할 버튼을 한참 찾으면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에는 쉽게 생각했다.

이걸 바꾸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그런데 내 화면을 만들어보니 나도 비슷한 문제를 만들고 있었다. 기능을 설명하려고 문장을 늘리고, 빠진 것이 불안해서 버튼을 더 넣었다. 그러고 나면 정작 중요한 행동이 잘 보이지 않았다.

남의 화면에서 불편한 것을 발견하는 일과, 내 화면에서 그것을 해결하는 일은 달랐다.

그래서 만들고 다시 보는 과정이 필요했다. 머릿속에서 완성됐다고 느낀 생각도 실제 흐름으로 옮기면 고칠 것이 많았다.

지금도 화면을 만드는 이유

지금은 AI에게 설계와 구현을 많이 맡긴다. 그렇다고 사용자가 무엇을 보게 될지 고민하는 일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결과가 나왔을 때 무엇을 먼저 읽게 되는지, 어느 부분에서 이해가 멈추는지, 내가 원한 느낌과 실제 화면이 왜 다른지 확인한다.

처음 UX/UI를 배웠을 때부터 이어지는 관심이다.

친구에게 배운 것은 Figma 사용법만이 아니었다. 내 생각을 밖으로 꺼내면, 그제야 다른 사람과 함께 볼 수 있다는 경험이었다.

혼자 생각할 때는 몰랐던 허점도 그때 보였다.

그래서 나는 아직도 무언가를 이해했다고 느끼면 한번 만들어보고 싶어진다. 설명 속에서 자연스러웠던 것이 실제로도 그런지 확인하고 싶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