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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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때 컴퓨터가 궁금했다.
게임을 하는 것도 좋았지만, 화면 뒤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고 싶었다. 어떤 폴더는 왜 지워지지 않을까. 관리자 권한은 왜 필요할까. 같은 컴퓨터인데 왜 할 수 있는 일이 다를까.
그러다 CMD를 알게 됐다.
검은 창에 명령을 입력하면 컴퓨터의 상태가 바뀌었다. 버튼을 찾아 누르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내가 적은 말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게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작은 명령이었다
폴더를 보고, 위치를 옮기고, 새 폴더를 만들었다. 하나씩 실행하면서 이 명령이 어디에 영향을 주는지 확인했다.
그다음에는 계정과 시스템 설정까지 관심이 갔다.
무언가를 더 바꿀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지금 생각하면 이해한 범위는 좁았는데, 바꿀 수 있는 범위는 그보다 넓었다.
그 차이를 당시에는 잘 몰랐다.
내가 붙인 이름은 실제 기능보다 컸다
배치파일을 만들어 계정과 화면 설정, 파일 이름을 바꾸는 실험을 했다. 그리고 그걸 랜섬웨어라고 불렀다.
하지만 파일을 암호화하고 복호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아니었다. 내가 아는 명령을 묶어서 컴퓨터를 정상적으로 사용하기 어렵게 보이도록 한 것에 가까웠다.
이름은 거창했지만, 내가 이해한 기술은 그 이름을 따라가지 못했다.
보안 관련 카페에 올리기도 했다. 무언가를 만들었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게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다른 사람이 실행했을 때 어떤 불편을 겪을지는 충분히 생각하지 못했다.
지금은 그 부분을 자랑처럼 쓰고 싶지 않다.
호기심만으로 설명하면 빠지는 것
“그냥 궁금해서 해봤다.”
당시의 동기는 그렇게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동기를 설명했다고 해서 행동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장난이라고 생각해도 누군가는 자기 파일을 잃었다고 느낄 수 있다. 내가 되돌릴 수 있다고 알아도 상대는 그 방법을 모를 수 있다.
그런데 그때의 나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만 봤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감당해야 하는지는 보지 못했다.
이 경험을 다시 쓰면서 남기고 싶은 것은 명령어가 아니다. 직접 소유하거나 허락받은 환경에서 실험하고, 다른 사람의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기준이다.
할 수 있다는 것과 해도 된다는 것은 같지 않았다.
그 뒤에 남은 관심
컴퓨터를 보는 눈은 달라졌다. 화면 아래에는 운영체제와 권한, 설정과 프로세스가 있었다. 겉에서 보이는 동작도 그 안의 조건에 따라 달라졌다.
그걸 조금씩 이해하는 과정이 좋았다.
이후 프로그래밍을 공부할 때도, 서비스를 만들 때도 비슷한 질문을 했다. 왜 이렇게 동작할까. 바꾸면 어디까지 영향을 받을까. 내가 지금 모르는 부분은 무엇일까.
14살의 실험을 대단한 보안 성과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무언가를 실행하기 전에, 내가 바꾸려는 대상과 그 영향을 함께 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남길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