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연구노트읽기 4

내가 보던 시장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려면

시간대, 거래량, 가격대와 거시 시나리오를 함께 보던 방식. 재현 가능한 수익 공식이 아니라, 당시 판단을 정리하고 한계를 돌아본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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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시장을 볼 때 무엇을 봤는지 설명하려 하면 말이 길어진다.

지표 하나로 결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가격을 보고, 거래량을 보고, 시간대를 보고, 그날 나온 자료를 다시 읽었다. 같은 신호처럼 보여도 다르게 판단한 경우가 있었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판단했던 걸까?

이 글은 그때 사용한 조합을 내 언어로 정리한 것이다. 그대로 따라 하면 같은 성과가 나오는 전략을 공개하는 글은 아니다. 진입과 청산 기록, 자금의 유입과 유출까지 함께 검토한 성과 분석도 아니다.

그 구분을 먼저 하고 시작하고 싶다.

1. 지표를 아는 것과 사용할 때를 아는 것

처음에는 공개된 전략을 찾아보면 답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동평균선, 거래량, 추세와 되돌림을 설명하는 자료들을 읽었다. 그림으로 보면 이해가 됐다. 그런데 실제로 시장을 보며 적용하려 하니, 설명대로 보이지 않는 순간이 많았다.

나는 그때 공개된 전략은 소용없다는 쪽으로 생각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말을 조금 다르게 하고 싶다. 내가 읽은 설명만으로는 내 판단 기준을 충분히 만들지 못했다. 어떤 조건에서 써야 하는지, 무엇이 나타나면 해석을 버려야 하는지를 제대로 정리하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방법의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 적용할 상황을 구분하는 일이 더 어려웠다.

2. 시간대와 거래량을 함께 봤다

내가 중요하게 본 것은 시간대였다.

같은 가격 움직임이라도 어느 시장의 거래가 활발한 때인지, 중요한 발표를 앞두고 있는지에 따라 다르게 해석하려 했다. 차트의 모양만 잘라서 보기보다 그 움직임이 나온 상황을 같이 보고 싶었다.

지지와 저항도 선 하나로만 생각하지 않았다.

거래량이 증가한 구간을 묶어보고, 그때 가격이 어디에 있었는지를 남겼다. 이후 비슷한 가격대에서 다시 반응이 나오면 앞선 구간과 비교했다. 이전의 저항이 지지처럼 작용하는지, 반대로 바뀌는지도 관찰했다.

이것이 내가 사용하던 S/R Flip과 거래량 조합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선을 그었다고 시장이 그 선을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가 의미를 부여한 구간과 실제로 의미 있는 구간을 혼동할 수 있다는 문제가 남는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특정 임계치나 진입 규칙을 권하지 않는다. 그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주장하려면 당시 거래와 비교 기준부터 함께 봐야 한다.

3. 여러 도구를 함께 본 이유

그 위에 TPO, CVD, OI를 함께 놓고 봤다.

TPO에서는 가격대와 시간의 관계를, CVD에서는 거래량 델타가 누적되는 흐름을, OI에서는 미결제 약정의 변화를 참고했다. 각각 다른 정보를 보려고 한 것이다.

나는 하나의 신호가 다른 관찰과도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거래량이 늘었다는 사실만으로 결론을 내리기보다, 가격이 어떻게 반응했고 포지션 규모에 관한 정보는 무엇을 보여주는지 같이 보려 했다.

그렇다고 도구를 여러 개 겹치면 확실해지는 것은 아니다.

같은 움직임을 다른 이름으로 반복해서 보고 있을 수도 있다. 지표 사이에 모순이 생겼을 때 내가 좋아하는 해석만 고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차트만으로 개별 참여자의 의도를 알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당시에는 그 흐름을 읽어낸다는 확신이 커질 때도 있었다. 돌아보면 그 확신도 확인해야 할 대상이었다.

당시 여러 지표를 함께 보던 BTCUSD 차트

4. 거시 자료는 시나리오로 정리했다

가격에 관한 도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문제가 남았다.

정책이 바뀌면 어떤 산업이 영향을 받을까. 원자재 가격이 변하면 어느 기업의 비용이 달라질까. 시장이 이미 기대하던 내용과 실제 발표는 얼마나 다를까.

나는 이런 질문을 순서도로 정리했다.

당시 정리한 매크로 정책 파급 순서도

중요한 것은 순서도 안의 화살표다.

내가 화살표를 그었다고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니다. 이 사건이 발생하면 다음에는 이런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가정이다. 중간 조건이 바뀌면 뒤의 예상도 다시 봐야 한다.

뉴스와 원문 자료를 추려 AI에게 정리하게 하는 작업도 했다. 당시에는 Grok3를 사용했다. 자료를 읽고 연결하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입력을 정리했다고 출력의 오류 가능성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지금 다른 분야의 자료를 다룰 때도 이 경험을 떠올린다. 자료에 있는 사실, 내가 만든 해석, 다음에 확인할 가정을 같은 문장 안에 섞지 않으려 한다.

5. 판단 방법만 남기면 빠지는 비용

이 글을 도구 설명으로 끝내면 중요한 부분이 빠진다.

나는 이 판단을 유지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자료를 읽고, 서로 맞지 않는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포지션을 가진 상태에서 새로운 소식을 받아들였다.

수익이 생긴 달도 있었고 큰 손실을 본 달도 있었다. 그 사이에서 생활까지 시장에 맞춰지는 느낌이 들었다.

더 공부하면 불안을 줄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알아야 할 것은 계속 늘어났다. 쉬는 동안에도 놓치는 것이 있을까 신경이 쓰였다.

몸을 무리하게 관리하고 영양제에 기대려 했던 시기도 있었다. 그 경험을 집중력을 높이는 방법으로 권하고 싶지는 않다. 무엇이 효과를 냈는지 구분하지 못했고, 생활을 지속하기 어려워졌다는 사실은 남았다.

결국 2025년 7월 21일을 기준으로 적극적인 매매를 중단했다. 당시 자금과 기간에 관한 기록은 투자를 돌아본 글에 따로 정리했다.

지금도 남아 있는 질문

나는 이제 시장의 움직임만 보고 있지는 않다. 제품을 만들고, 마케팅과 회사의 일을 이해하려고 공부한다.

그런데 질문하는 방식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

지금 보고 있는 숫자는 어떤 상황에서 나온 것인가. 서로 맞지 않는 정보는 왜 다른가. 내가 원하는 결론에 맞춰 해석하고 있지는 않은가. 이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

그때의 조합을 완성된 정답으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내가 무엇을 보려고 했고, 어디에서 확신이 커졌으며, 어떤 비용을 감당하지 못했는지를 남기고 싶다.

잘 설명하는 것만으로 좋은 판단이었다고 증명되지는 않는다.

그래도 설명해놓아야, 다음에는 무엇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