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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만들었다.
코드는 대부분 AI에게 맡겼다. 어떤 색을 쓸지, 글을 어디에 놓을지,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를 말하며 화면을 만들어갔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니 이상하다.
내가 어떻게 생각했고 무엇을 배웠는지 남기려고 만든 공간인데, 정작 글에서는 내가 잘 보이지 않았다. 문장은 반듯했고, 목차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그럴듯한 교훈까지 붙어 있었다.
하지만 그게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을까?
1. 블로그를 만든 이유
당시 나는 Alpha Court를 만들고 있었다. 투자 예측을 기록하고 결과를 확인하는 방향의 프로젝트였다.
제품을 만들다 보면 선택을 계속하게 된다. 처음에는 필요해 보였던 기능을 없애기도 하고, 잘될 것 같던 생각을 포기하기도 한다. 만드는 동안에는 이유를 알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결과만 기억하기 쉽다.
나는 그 사이를 남기고 싶었다.
무엇을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왜 만들기 시작했는지. 어디서 막혔는지. 그때의 내가 무엇을 잘못 생각했는지.
그런 기록이라면 다음에 비슷한 문제를 만났을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2. 만드는 일은 AI에게 맡겼다
내가 원한 것은 복잡하지 않았다. 글이 잘 읽히고, 내가 정한 디자인을 적용할 수 있고, 글을 추가하기 어렵지 않은 블로그였다.
당시 구성은 Hugo, GitHub Pages, GitHub Actions를 중심으로 잡았다. 댓글에는 Giscus를 사용했고, 글은 마크다운 파일로 관리하는 방식이었다.
글을 마크다운으로 작성한다.
저장소에 변경 사항을 남긴다.
설정된 빌드와 배포 과정을 거쳐 사이트에 반영한다.
이건 처음 구성했던 방식에 대한 기록이다. 이후 운영 설정을 바꾼 이력까지 있으므로, 지금의 배포 경로와 처음의 구성을 같은 것으로 보면 안 된다.
디자인에는 내가 원하는 기준을 줬다. 어두운 배경, 따뜻한 회색의 본문, 앰버 계열의 강조색. 테두리를 계속 긋기보다 여백과 배경으로 구분하고 싶었다.
그렇다고 방향을 말한 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온 화면을 보고 다시 설명하고, 어색한 곳을 고치고, 처음 원했던 것과 달라진 부분을 확인했다.
AI에게 맡긴다는 건 그 과정을 없애는 일이 아니었다. 내가 어디에서 판단해야 하는지가 달라지는 일이었다.
3. 글까지 맡기고 나서 보인 것
블로그가 만들어지자 글도 채우기 시작했다. AI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문제는 내 경험이 정리되는 동안, 그 경험이 지나치게 깔끔해졌다는 점이다.
실패는 다음 성공을 위한 복선이 됐고, 고민은 한 문장의 철학으로 정리됐다. 어느 글을 열어도 비슷한 순서로 시작해서 비슷한 교훈으로 끝났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그때는 그냥 방향을 몰랐던 적도 있었다. 잘될 거라 생각했는데 안 된 것도 있었고,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도 있다. 모든 경험이 지금의 프로젝트를 만들기 위해 존재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글에서는 이미 답을 알고 지나온 사람처럼 보였다.
나는 그 차이를 고치고 싶다.
4. 앞으로 남기고 싶은 것
이후 내 작업은 더 넓어졌다. 일을 잘하는 방법을 공부했고, 그 방식을 AI와 함께 사용할 수 있도록 ballast를 만들었다. 회사 업무에 적용했고, 다른 프로젝트에서도 써봤다.
지금은 superapp과 ballast를 함께 개선하고 있다. Alpha Court도 2026년 8월에는 투자 예측 프로젝트에서 만든 것을 공유하는 보드로 다시 바꿨다.
이 흐름을 전부 성공담으로 묶을 생각은 없다.
내가 편해졌다고 느끼는 부분은 그렇게 쓰고, 실제로 확인한 결과는 따로 남기고, 아직 만들고 있는 것은 만드는 중이라고 쓰려 한다.
블로그를 만드는 일은 AI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을 내 이야기로 남길지는, 내가 다시 골라야 했다.
2026년 9월 덧붙임: 이 글은 초기 제작 경험과 이후의 생각을 함께 정리한 개정본이다. Alpha Court의 방향 전환은 별도 글에 남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