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프로젝트읽기 3

화면은 완성됐는데, 내가 원한 판단은 없었다

QuantFlow를 만들며 시장을 보던 감각을 코드로 옮기려 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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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말, 트레이딩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자산 배분과 시장 흐름을 보고, 거래 이유를 기록하고, 여러 지표를 한 화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도구였다. 이름은 QuantFlow Pro였다.

겉으로는 꽤 많이 만들어져 있었다. 당시 기록에는 코드가 11,409줄이라고 남아 있다.

그런데 내가 원했던 것은 그 안에 없었다.

1. 나는 대시보드를 원한 걸까

화면에는 필요한 것처럼 보이는 정보가 있었다. 포트폴리오와 위험 지표, 팩터, 시장 구간, 거래 기록.

하나씩 추가할 때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정보도 보면 좋겠고, 저 정보도 함께 있으면 판단하기 편하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기능이 늘어날수록 처음의 목적을 다시 묻게 됐다.

나는 정보를 한곳에 모으고 싶은 걸까. 아니면 내가 시장을 판단하던 방식을 대신 실행해줄 시스템을 원하는 걸까.

둘을 충분히 구분하지 않은 채 만들고 있었다.

2. 설명하지 못한 기준

예를 들어 거래량은 늘어나는데 가격이 따라오지 않는 상황을 경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을 조건식으로 옮기는 것은 어렵지 않다. 거래량의 기준을 정하고 가격 변화를 비교하면 된다.

그런데 내가 실제로 생각한 것은 그 한 줄보다 복잡했다. 평소의 흐름과 비교해야 했고, 어떤 시간대인지 봤고, 시장 전체와 해당 종목의 상황도 함께 생각했다.

같은 모양이어도 피하는 날이 있었고, 다르게 해석하는 날이 있었다.

“그건 지금 상황이 달라서 그래.”

이렇게 말하고 나면 나에게는 설명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구현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시작도 못 한 설명이었다.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그 차이가 판단을 얼마나 바꾸는지 남아 있지 않았다.

모아놓은 정보와 맡기고 싶었던 판단
화면에 모은 것
포트폴리오, 위험 지표, 팩터, 시장 구간, 거래 기록.무엇을 함께 볼지는 늘어났다.
아직 설명하지 못한 것
거래량과 가격이 같은 모양이어도, 평소 흐름·시간대·시장과 종목의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지는 이유.어떤 차이가 판단을 바꾸는지는 충분히 남기지 못했다.
본문의 정보와 판단을 나란히 놓았다. 당시 화면 캡처나 매매 기준은 아니다.본문 · 설명하지 못한 기준

3. AI만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내 감각을 AI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보면 내가 그 감각을 충분히 꺼내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경험으로 한다고 느낀 판단 중에는 일관된 기준이 있는 것도 있었겠지만, 그때의 해석이나 확신이 섞인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그걸 구분하지 않은 채 “내 판단을 그대로 해줘”라고 요구했다.

결과가 다르면 틀렸다고 했지만, 무엇을 맞추면 되는지는 계속 바뀌었다.

그러므로 이 경험 하나로 AI는 트레이딩을 할 수 없다거나, 모호한 감각은 원래 코드로 옮길 수 없다고 결론 내리지는 않으려 한다.

당시의 모델과 내가 준비한 자료, 내가 정의한 문제 안에서는 원하는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다. 우선 그렇게 설명하는 것이 맞다.

4. 완성한 부분이 아까웠다

이미 만든 화면과 기능이 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았다.

하지만 더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증거는 아니었다. 내가 맡기려던 판단이 설명되지 않으면, 새로운 화면을 붙여도 같은 문제가 남는다.

결국 작업을 멈췄다.

멈추고 나서 질문을 다르게 볼 수 있었다. 내 판단을 대신하게 만들기 전에, 내가 어떤 판단을 했고 결과가 어땠는지부터 기록할 수는 없을까.

그 관심은 초기 Alpha Court의 예측 기록과 결과 확인 구상으로 이어졌다.

다만 이것도 이후의 모든 선택을 설명하는 완벽한 전환점으로 만들고 싶지는 않다. 그때는 다음에 무엇을 해볼지 방향을 바꾼 것이었고, 그 방향도 나중에 다시 바뀌었다.

지금이라면 먼저 남길 것

지금 다시 비슷한 작업을 한다면, 잘 맞았다고 느낀 사례만 모으지는 않을 것 같다.

판단했던 당시의 정보, 들어간 이유, 들어가지 않은 이유, 결과를 확인할 시점, 내 설명이 틀렸다고 볼 조건을 함께 남기고 싶다.

그래야 어디까지를 도구에 맡길지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QuantFlow를 멈춘 이유를 코드가 부족해서라고만 설명할 수는 없다.

나는 화면을 만들면서, 아직 설명하지 못한 판단까지 완성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둘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초기 Alpha Court와 현재의 프로젝트 공유 보드는 방향 전환 기록에서 구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