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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다 보면 같은 정보를 계속 찾게 된다.
이 벽을 부수려면 무엇이 얼마나 필요할까. 작물을 원하는 형태로 교배하려면 어떤 조합을 써야 할까. 함께할 사람은 어디에서 찾을까.
Rust를 하면서 나도 그런 정보를 찾았다. 영어 자료를 오가고, 계산하고, 다시 확인했다.
그러다 생각했다.
내가 쓰기 편한 형태로 모아두면 어떨까?
그렇게 만든 도구가 PHAROS였다.
1. 많은 사람보다 먼저 나를 떠올렸다
처음부터 큰 플랫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것만은 아니었다. 내가 실제로 게임을 하며 필요한 것이 있었다.
한국어로 읽을 수 있고, 필요한 계산을 빨리 할 수 있고, 여러 곳을 오가지 않아도 되는 도구.
그 요구를 기준으로 레이드 계산기와 유전학 계산기, 위키를 만들었다. 팀을 찾는 기능과 서버의 정보를 연결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했다.
직접 불편했던 문제였기 때문에 첫 방향은 잡기 쉬웠다. 적어도 내가 왜 이 기능을 원하는지는 설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원한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사람에게도 편한 것은 아니었다.
2. 계산이 된다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유전학 계산기는 입력한 정보를 바탕으로 교배 경로를 찾아야 했다. 게임 화면에서 정보를 읽는 기능도 다뤘다.
계산 자체가 돌아가도 화면이 멈추면 쓰기 어렵다. 원하는 결과가 나오더라도 사용자가 입력하는 과정이 복잡하면 거기서 막힌다.
당시에는 React와 TypeScript로 화면을 만들고, Supabase를 이용해 데이터를 관리했다. 무거운 계산을 화면의 다른 동작과 분리하는 작업도 했다.
기술 이름을 많이 사용했다고 좋은 제품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사용자는 내가 무엇을 썼는지보다, 지금 필요한 답을 얻을 수 있는지가 중요했다. 그래서 계산 결과뿐 아니라 들어오고, 입력하고, 확인하는 흐름까지 함께 봐야 했다.
3. 누군가 쓰기 시작한 뒤
커뮤니티에 도구를 알렸고 실제로 사용하는 사람이 생겼다.
기존 운영 기록에는 동시 접속 115명, 주간 이용자 약 700명, 12,000개 이상의 데이터가 남아 있다. 다만 지금 다시 확인한 현재 지표는 아니며, 이 글에서는 당시 기록으로만 다룬다.
처음에는 사람이 들어온다는 사실이 좋았다.
그런데 사용자가 있다는 건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도 있다는 뜻이었다. 버그를 알려주고, 불편한 부분을 말하고, 내가 우선순위에 두지 않았던 기능을 요청했다.
혼자 쓰는 도구에서는 내가 불편을 감수하면 됐다. 다른 사람이 쓰기 시작한 뒤에는 그 불편을 계속 사용자에게 넘길 수 없었다.
만드는 일 뒤에 유지하는 일이 붙었다.
4. 혼자 만들었다는 말에 가려지는 것
혼자 만든 프로젝트라는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말만 앞세우면 실제로 배운 것이 작아진다.
필요한 것을 발견한 것은 게임을 하던 경험이었고, 고칠 부분을 알려준 것은 사용자였다. 도구와 자료의 도움도 받았다.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시작해서 혼자 완성한 이야기는 아니다.
모르는 것을 만나고, 공부하고, 만들어보고, 반응을 받아 다시 바꾼 과정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PHAROS는 자신감을 줬다. 완벽하게 준비된 뒤에만 시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이었다.
동시에 사용자가 생긴 이후에는, 내가 재미있는 것만 계속 만들 수 없다는 것도 배웠다.
지금 남기고 싶은 것
이 프로젝트를 공식 인증을 받은 도구처럼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당시 한국 Rust 커뮤니티를 위해 만들고 운영한 도구라고 말하는 것이 맞다.
내가 필요해서 시작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도 쓸모가 있었다.
그 경험이 좋았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남이 필요한 것이 겹치는 지점이 실제로 있다는 걸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ballast를 회사에서 쓰고 다듬어 공유하는 과정에도 비슷한 마음이 있다. 먼저 사용하고, 불편을 알고, 고치면서 밖으로 꺼낸다.
다만 그 방식이 언제나 성공한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편한 것과 다른 사람이 계속 쓰는 것 사이에는, 여전히 확인해야 할 것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