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웅

철학읽기 3

나를 몰아붙이기 전에, 내가 사는 환경부터 봤다

게임과 유튜브, 꼬리 질문, 새로운 친구, 무리한 생활비 절약. 예전에 쓴 몰입 경험을 다시 돌아보며 환경과 의지를 함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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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1까지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게임을 하고 유튜브를 봤다. 시간이 지나면 나 자신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비슷한 질문을 했다.

“나는 왜 이 모양이지?”

질문은 많았는데 바뀌는 것은 별로 없었다. 생각할수록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답만 더 잘 나왔다.

그러다 우연히 좋은 질문과 좋지 않은 질문에 관한 말을 들었다. 그 말을 계기로 나 자신에게 묻는 방식을 조금 바꾸기 시작했다.

1. 나를 평가하는 질문에서 이유를 찾는 질문으로

나는 왜 이럴까. 왜 공부를 멀리했을까. 왜 게임을 하게 됐을까. 그럼 나에게 할 일을 줘보면 어떨까. 나는 무엇을 원할까.

이런 식으로 질문을 이어갔다.

한 번 질문했다고 목표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못난 사람인지 판단하던 자리에서,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바꾸고 싶은지 생각하는 자리로 조금씩 옮겨갔다.

당시의 답 중 하나는 경제적 자유였고, 해보고 싶은 일은 프로그래밍이었다.

그러다 공부를 시작했고, 배운 것을 과외와 작업으로 이어가기도 했다. 예전에 쓴 글에는 3개월 동안 취업 준비생 4명의 커리큘럼과 포트폴리오 제작을 도왔던 경험이 남아 있다.

중요한 것은 한 번에 대단한 성과를 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를 비난하는 데 사용하던 생각을, 다음 행동을 찾는 데 조금씩 쓰기 시작했다.

2. 유튜브를 끊는 대신 바꿔봤다

목표를 정해도 평소 보던 것들은 그대로였다.

유튜브를 열면 익숙한 게임과 자극적인 영상이 나왔다. 보고 나서 후회하고, 다음에 다시 열면 같은 곳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구글 계정을 새로 만들었다. 목표와 관련 없는 추천에는 ‘관심 없음’을 누르고, 공부하고 싶은 주제의 영상을 찾아봤다.

주식과 재무제표, 기업을 보는 방법처럼 그때 관심이 있던 내용을 채워갔다.

유튜브를 완전히 없앤 것이 아니다. 내가 반복해서 들어가는 곳에서 무엇을 만나게 되는지 바꿔보려 한 것이다.

그 차이는 나에게 도움이 됐다.

다만 지금 이 경험을 여가를 전부 없애야 한다는 말로 쓰고 싶지는 않다. 쉬는 시간을 없애는 것과, 원하지 않는 소비에 계속 끌려가는 환경을 바꾸는 것은 다른 문제였다.

3. 함께 있는 사람에게서 배웠다

주변 사람도 달라졌다. 공부하고 성장하려는 친구들과 가까워졌고, 이과반에서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만났다.

웹프로그래밍을 많이 아는 친구를 통해 UX/UI를 배운 것도 그때의 경험이다.

혼자였다면 몰랐을 것을 옆에서 보고 질문할 수 있었다.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막연했던 부분이 실제 사람이 하는 일로 보이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이런 경험을 나에게 득이 되는 사람을 곁에 둬야 한다는 식으로 설명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말을 조금 더 조심스럽게 쓰고 싶다. 사람을 쓸모로만 나누자는 뜻이 아니라, 내가 어떤 관계 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는지를 보자는 이야기다.

나에게 좋은 영향을 준 사람이 있었고, 그 관계에 고마움을 느낀다.

4. 나를 너무 효율적으로 쓰려 했다

환경을 바꾼 뒤에도 잘못 생각한 부분은 있었다.

한때 약 한 달 반을 20만 원 안에서 생활하려고 했다. 식비를 줄이고 공부를 계속하면 더 효율적으로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집중이 무너졌다. 기분이 가라앉았고, 나를 더 몰아붙이게 됐다. 당시 글에는 약 6일을 쉬고 잠을 자며 회복하려 했던 기록이 남아 있다.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돌아본 것은 단순했다. 수면을 줄이고 밥까지 부실하게 먹으면서, 나에게는 계속 결과를 내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예산을 30만 원으로 높이고 식사의 질을 바꿨다. 이후에는 다시 집중하기가 나아졌다고 느꼈다.

물론 예산 10만 원만으로 모든 변화가 설명되는 것은 아니다. 그때의 생활 전반을 함께 봐야 한다.

그래도 내게 남은 교훈은 분명하다. 몸을 소모하면서 얻은 시간을 전부 공부 시간이라고 부를 수는 없었다.

환경이 전부라는 말도 답은 아니다

예전 기록을 읽으면 환경만 바꾸면 사람이 달라지는 것처럼 말한 부분이 있다.

내게 환경의 영향이 컸던 것은 맞다. 하지만 내가 어떤 환경을 만들지 선택하고, 배우고, 실행한 과정까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는 의지가 없어서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엇을 보고, 누구와 지내고, 어떻게 먹고 쉬는지가 내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기에 몰입이 안 되는 날에는 나를 바로 평가하지 않으려 한다.

지금 무엇이 나를 끌고 가고 있는지부터 본다.

나를 바꾸겠다고 시작한 일이, 나를 계속 괴롭히는 방식이 되어 있지는 않은지도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