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07
수정
AI에게 잘 만들어달라고 말한다.
나름대로 원하는 느낌도 설명한다. 깔끔하게, 자연스럽게, 전문적으로. 참고할 만한 결과물도 보여준다.
그런데 결과가 나오면 다시 설명하게 된다.
이런 뜻이 아니었는데.
무엇이 다른지 바로 말하기 어려울 때도 있다. 내가 좋은 결과를 알아볼 수는 있어도, 그것을 만드는 기준까지 정리해놓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이 간격을 줄이고 싶었다. 좋은 결과물을 놓고 그 안의 선택을 분해해보려 했다. 그 작업을 미메시스 엔지니어링이라는 이름으로 정리했다.
1. 닮게 만드는 목적부터 구분한다
문체를 닮게 쓰고 싶을 수 있다. 원하는 시각적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런 요청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무엇을 닮게 만들었는지 알아야 한다.
말투를 닮았다고 경험까지 같은 것은 아니다. 전문가의 보고서와 비슷한 형식이라고 그 주장에 같은 근거가 생기는 것도 아니다. 좋은 서비스의 화면을 참고했다고 그 서비스의 사용자와 운영 조건을 함께 얻는 것은 아니다.
내가 신경 쓰는 것은 이 구분이다.
결과가 익숙하게 보인다는 이유로 필요한 판단까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2.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본다
원본을 볼 때는 눈에 띄는 부분만 가져오기 쉽다.
색과 카드의 모양, 문장의 길이, 제목의 표현. 하지만 그 아래에는 다른 선택도 있다.
사용자가 무엇을 먼저 보게 했는지. 어느 순간에 설명이 필요한지. 실수한 뒤에는 어떻게 돌아갈 수 있는지. 무엇을 아예 제공하지 않는지.
나는 이런 것을 함께 보고 싶었다.
그렇다고 원본을 보면 제작자의 모든 의도를 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직접 설명된 이유와 내가 관찰하고 추정한 이유는 나눠야 한다.
‘좋은 제품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결국 또 그럴듯한 설명을 기준으로 삼게 된다.
3. 내 상황으로 옮긴다
기준을 찾았다면 내 일과 비교해야 한다.
같은 사용자를 위한 것인가. 같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 같은 운영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가. 지금 만들려는 결과에 그 기능이 필요한가.
다른 회사에서는 합리적이었던 선택이 내 프로젝트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 큰 서비스의 화면을 작은 도구에 그대로 가져오면 필요한 행동이 오히려 묻힐 수도 있다.
그래서 가져올 것과 바꿀 것, 버릴 것을 나누려 했다.
미메시스에서 중요한 것은 참고자료의 수가 아니다. 그 자료 때문에 내 작업의 어떤 선택이 달라졌는지다.
사용자·정보·운영 비용·필요한 기능이 내 작업과도 맞는가?
- 가져올 것
- 이번 사용자에게도 필요한 행동과 정보의 관계.
- 바꿀 것
- 내가 가진 정보와 감당할 운영 비용에 맞지 않는 부분.
- 버릴 것
- 이번 문제에는 필요 없거나, 중요한 행동을 가리는 기능.
4. 설명을 실제 지침으로 바꾼다
분석이 길어도 다음 결과에 반영되지 않으면 끝나지 않은 작업이다.
‘사용자 중심으로 만들어라’라는 말보다, 사용자가 처음 들어왔을 때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어야 하는지 적는다. ‘신뢰를 줘라’는 말보다, 어떤 근거를 어디에 보여주고 어떤 주장은 아직 하지 않을지 정한다.
결과물의 형식도 필요하다. 어떤 내용이 들어가야 하고, 어떤 예시는 올바르며, 무엇이 나오면 다시 수정해야 하는지 정리한다.
내가 원문에서 배운 것이 다음 작업자가 사용할 수 있는 문장으로 남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모호했던 내 기준도 드러난다. 정리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면 다시 원본을 보거나, 내가 원하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5. 결과가 좋아졌는지 확인한다
좋은 사례를 참고했다고 반드시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충분히 정해진 작업에 불필요한 기준을 더 넣을 수도 있다. 내 문제와 맞지 않는 사례를 골랐을 수도 있다. 특정 스타일을 따라가느라 중요한 기능을 놓칠 수도 있다.
그래서 적용 전과 후를 비교하고 싶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무엇은 그대로인지, 오히려 나빠진 부분은 없는지. 내가 좋아졌다고 느낀 이유가 실제 사용의 변화와 연결되는지도 봐야 한다.
개인적으로 도움이 됐다는 경험과 여러 사람에게 같은 효과가 난다는 주장은 다르다. 나는 전자의 경험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곧바로 후자의 증명으로 쓰지는 않으려 한다.
내가 이 방법으로 남기려는 것
작업 흐름을 간단히 적으면 이렇다.
어떤 결과가 필요한지 정한다.
실제로 참고할 만한 원본을 찾는다.
관찰한 구조와 추정한 이유를 나눈다.
내 조건에 맞춰 가져올 것과 버릴 것을 정한다.
다음 작업에 쓸 지침과 예시로 바꾼다.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에 바꿀 것을 남긴다.
이 순서를 모든 일에 똑같이 적용할 필요는 없다. 작은 작업은 짧게 할 수 있고, 중요한 결정은 더 깊게 볼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나도 모르는 기준을 AI가 알아서 맞춰주길 기다리지 않는 것이다.
2026년 9월에 다시 덧붙이는 생각
미메시스 방법론과 플러그인, Digital Factory에서의 연구는 내게 도움이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것을 계속 확장하는 데 모든 시간을 쓰고 있지는 않다.
모델이 좋아지면서 예전에는 따로 보완해야 했던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내가 우선순위를 정할 때 고려하는 예상이지, 앞으로 모든 품질 문제가 해결된다는 보장은 아니다.
지금 더 집중하는 것은 일을 배우고 이어가는 체계와, 회사의 자료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다고 미메시스에서 배운 것을 버리지는 않는다.
내가 좋은 결과를 원한다면 기준을 알아야 한다는 것. 다른 사람의 선택을 그대로 가져오기 전에 내 상황을 봐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적용한 뒤에는 정말 나아졌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
이것들은 특정 모델의 부족함을 메우는 일에만 쓰이지 않았다.
내가 일을 배우는 방식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