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10 3min read

17살에 시작해서 1억 모은 투자 5년의 기록

위메이드 -42%로 시작해서, 월 +1,600만원과 -1,600만원을 오가며, 5년 만에 1억을 만들었다.

17살 때 주식을 시작했다. 50만원으로. 첫 거래에서 42%를 잃었다. 5년 뒤에 1억이 됐다. 그리고 투자를 접었다.

사전이해

고등학생이었다. 자기계발 유튜브를 많이 봤다. 어느 날 한 유튜버가 말했다. “현금을 들고 있는 건 멍청한 짓이다. 인플레이션에 먹힌다.”

그 말에 위기의식이 생겼다. 용돈으로 모아둔 돈이 있었는데, 이걸 그냥 두면 가치가 줄어든다는 거잖아. 뭔가 해야 한다. 그래서 주식을 시작했다.

문제

첫 종목은 위메이드였다. 당시 게임주가 핫했다. 50만원 전부를 넣었다. 다음 날 아침에 폰을 열었더니 -30%. 하한가였다. 어떤 악재가 터진 건지도 몰랐다. 겁이 나서 시장가로 매도했다. 최종 손실 -42%. 30만원이 남았다.

“아 이건 아무것도 모르고 하면 안 되는 거구나.”

그 30만원짜리 교훈이 5년 투자의 시작이었다.

핵심

그 뒤로 공부했다. 미친 듯이.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시장을 읽었다.

매일 읽은 매체:

  • 로이터 (Reuters)
  • 월스트리트저널 (WSJ)
  • 블룸버그 (Bloomberg)
  • 제로헷지 (ZeroHedge)
  • 벤징가 (Benzinga)
  • 파이낸셜 타임즈 (FT)

전부 영어였다. 고등학생이 영어 경제 기사를 매일 읽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한국어 매체만 보면 정보가 늦는다. 시장은 뉴욕에서 먼저 움직이니까.

체력 관리와 나의 정보전도 시작하게 됐다. 난 하루에 영양제 16종을 먹었다.

그렇게 쌓여가는 책과 트레이딩뷰의 명세서, 아이허브의 명세서..

결국, 월 50만원어치. “뇌가 최적 상태여야하고 내게 주는 정보가 무결성이 유지되어야. 판단이 정확하다"는 논리였다. 지금 생각하면 과했지만, 그때는 진지했다.

접근

내가 가장 잘하는 전략은 **이벤트 드리븐(Event-Driven)**이었다. “현재 가격을 보고 사는 게 아니라, 미래에 일어날 이벤트를 예측하고 미리 사는 것.”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엑슨모빌 실적 발표 전 → 유가 흐름과 생산량 데이터를 교차 분석 → 실적 서프라이즈 예측 → 매수
  • 거시지표(금리, CPI, 고용지표)가 발표되기 전에 → 시장의 기대치와 실제 데이터의 괴리를 예측

“현재를 사지 말고 미래를 사라.” 이 문장이 내 투자 철학이 됐다.

세부

이벤트 드리븐은 맞으면 크게 먹고, 틀리면 크게 잃는다.

최고의 달: 월 +1,600만원. 시장이 불안정하고 상,하방이 열린 상태에서 변동성이 쎈 시장는 나의 시장이였다. 남들을 죽이는 자리에서 난 포지션을 잡았고, 그렇게 몇일을 반복하니 고등학생 용돈이 아니라 직장인 월급 수준의 수익이 한 달에 들어왔다.

최악의 달: 월 -1,200만원. 테슬라였다. 지정학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고 과감하게 매집했다. 시장이 반대로 갔다. 손실이 커지는 걸 보면서도 “내 분석이 맞으니까 버텨야 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내 룰을 어기고 손절했다.

그리고 다시 이벤트 드리븐으로 돌아와서 +300만원을 복구했다.

그렇게 다음은 갑작스러운 전쟁에 또 원유 포지션으로 크게 벌고 있는데 3일만에 휴전으로 -600 엄청난 손실을 입고 예측 불가능 한 일들이 점차 잦아 졌다.

수익이 큰 달과 손실이 큰 달이 번갈아 왔다. 정신적으로 극도로 소모적이었다. 밤에 미국 시장이 열리면 잠을 못 잤다. 아침에 한국 시장이 열리면 수업 중에 폰을 봤다. 24시간이 시장에 묶여 있었다.

수익률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수익률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에너지가 너무 컸다. 매일 6시간 이상을 리서치에 썼다. 뉴스, 차트, 거시지표, 기업 실적, 정치 리스크. 전부 혼자 분석했다. 팀도 없고, 멘토도 없었다.

영향

5년 만에 1억을 만들었다. 17살짜리 고등학생이 시작해서 22살에 1억. 나름 괜찮은 성과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느낀 건 **“이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였다.

투자는 돈을 버는 행위다. 그 자체로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 시장에서 돈을 가져오는 것뿐이다. 제로섬은 아니지만, 내가 세상에 기여하는 건 없다.

그리고 체력이 한계에 왔다. 5년 동안 시장을 매일 읽고, 매일 판단하고, 매일 감정을 관리한다는 건 — 20대 초반이 감당하기엔 너무 무거웠다.

돈을 벌었지만, 동시에 뭔가를 잃어가고 있었다. 시간, 건강, 그리고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

결과

투자를 접었다. 1억을 들고 사업가의 길로 갔다.

배운 것은 명확했다:

돈을 벌기만 하는 건 지속 가능하지 않다.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는 게 좋다. 돈은 그 과정의 부산물이어야 한다.

투자 5년이 헛된 건 아니었다. 거시경제를 읽는 능력, 리스크를 계량하는 감각, 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훈련 — 이런 것들은 사업을 하는 데도 그대로 쓸 수 있었다. 특히 “미래를 사라"는 관점은 지금도 내 모든 판단의 기반이다.

하지만 그 능력을 “돈 버는 데"만 쓰는 건 아깝다.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를 모으고, 시스템을 설계하는 데 쓰는 게 맞다.


50만원으로 시작해서 1억을 만들었다. 하지만 진짜 가치 있는 건 1억이 아니라, 5년 동안 쌓인 판단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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