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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레스트 크루에 합류했다

꿈을 찾으러 중학교 때 첫 멘토에게 연락했다. 그날 저녁, 18명의 실무자가 모인 자리로 끌려갔다.

2025년 12월, Rust 서버를 접고 1개월 알바로 두 달을 흘려보냈다. 통장은 채워졌지만 방향은 비어 있었다. 2026년 2월 중순, 내가 연락한 사람은 김선태 형이었다.

형은 내 중학생 때 꿈 찾는 방법을 알려준 첫 번째 멘토였다. 10년이 지나 다시 꿈을 잃고, 다시 형을 찾은 셈이다.

사전이해

포레스트 크루는 선태 형이 운영하는 월요일 정기 모임이다. 강남 web3localhost에 약 18명의 실무자가 모인다. 개발자·PM·BD·연구자가 섞여 있고, 각자 자기 프로젝트 성과를 공유하고, 세미나를 돌리고, 네트워킹을 한다. 외부에선 보이지 않는 자리다.

내가 합류한 이유는 단순했다. 혼자 가는 길의 한계가 보였다. 3년 넘게 혼자 투자하고, 혼자 이커머스를 돌리고, 혼자 서버를 운영했다. 잘 되는 것도 있었지만 같은 지점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판단의 맥락을 나눌 사람이 없다는 것.

문제

투자를 액티브 중단하고 Rust 서버까지 접고 나니 나를 평가해줄 맥락 자체가 없어졌다. 시장이 주던 피드백도, 유저가 주던 피드백도 끊겼다. 그 상태에서 혼자 리서치를 돌리는 게 얼마나 공허한지를 한 달 만에 알았다.

“나는 지금 뭘 하고 있지?” — 알바 두 달 동안 머릿속을 계속 돌던 질문이었다.

핵심 — 2026년 2월 23일, 무안회관

“형, 꿈을 찾으러 왔어요.” 이 한 문장으로 만남이 시작됐다.

형은 많이 변해 있었다. 내가 못 본 사이 보안에서 블록체인 연구로 넘어갔고, PM·IR·BD를 거치고, 한 회사의 경영을 맡았다가, 지금은 또 자기 사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궤적을 듣고 나는 내 감정을 다 털어놨다.

나는 형에게 을 기대했다. 형은 답을 주지 않았다.

“답은 네가 찾는 거다. 네가 뭘 좋아하는지를 먼저 알아야 해. 너를 배워야 해.”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한 시간쯤 오갔다. 그리고 형이 말했다. “월요일마다 내가 운영하는 크루 정기 모임이 있어. 너 같은 애들 한 18명 모아두고 같이 공부하고 일하고 그래. 한번 구경해볼래?”

접근 — 그날 저녁, web3localhost

강남의 web3localhost는 내가 상상한 “개발자 모임"과 달랐다. 경력과 스펙이 모두 실무자 레벨이었다. 처음엔 위축됐다. 그런데 대화가 시작되자 다른 게 보였다.

  • 문제를 해결하는 프레임워크를 공유하는 언어
  • 비즈니스적 사고로 기술을 해석하는 시각
  • 신규 기술을 각자 실무로 검증한 결과
  • 실무자끼리만 공유 가능한 정보

내가 혼자 유튜브와 서치로 쫓아다니던 것들을, 여기선 사람이 직접 말해줬다. 정보적 이득과 네트워킹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큰 도약의 자리였다.

세부 — 새벽 4시까지

크루원들의 프로젝트 보고와 세미나, 네트워킹이 끝난 뒤 숙소로 자리를 옮겼다. 형과 몇몇 멤버, 그리고 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길어졌다.

주제는 내가 가장 무서워하던 것이었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하는 흐름. 형은 현재 산업의 움직임과 회사 단위의 반응을 구체 데이터로 짚어줬다.

“대체될 직업은 대체된다. 지금 업계 전체가 그 방법을 찾아 힘을 쏟고 있어.”

원초적 공포가 올라왔다. 내가 가진 기술, 내가 쌓아온 시간이 다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압박. 형은 거기서 한 번 더 말했다. “그럼 너는 뭘 할 건데?”

대화는 새벽 4시까지 이어졌다. 답은 그 자리에서 나오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꿈"이라는 키워드로 리서치를 미친 듯이 돌렸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 앞에 원초적 공포와 압박감이 짓누르는 감각을, 오래간만에 다시 느꼈다.

그날의 결론은 단순했다. “일단 해보자. 일단 내가 필요하다고 생각이 드는 프로젝트를 다 해보자.”

영향 — 6주 동안 만든 것들

그 결론에서 출발해 6주 동안 세 가지를 만들었다.

openclaw 기반 텔레그램 비서 — openclaw가 유행이어서 그 위에 얹었다. 텔레그램으로 소통하며 나의 모든 루틴을 유기적으로 구성했다. 학교 생활표를 cron으로 받으면 바로 루틴을 재구성해준다. 나의 개인 비서. 혼자 살아가는 일상의 context를 AI가 계속 들고 있게 하는 실험.

Alpha Court — 시장 노이즈(커뮤니티·유튜브·인플루언서의 선동과 자극적인 영상)를 걸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검증되고 능력 있는 분석가만 발언할 수 있는 예측 커뮤니티"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싶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근데 만들다 보니 자기 회의가 들었다. “굳이 평가받아야 하나? 사람들이 쓰고 싶어 하는 모델이 맞나?” 그래도 alphacourt.me에 베타로 배포해놓고 계속 고민 중이다.

콘텐츠 자동화 파이프라인 — 유튜브·릴스를 보다가 양산 가능하고 자동화 가능해 보였다. 만들어 써보니 수준급이 나왔다. 제품화 가능해 보이는데 우선 내가 사용하면서 성과를 검증한 뒤 제품화하려 한다.

세 프로젝트 다 “답이 나오지 않는 자리에서 일단 만들어본 결과"다. 판단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손에 잡히지 않는 변화 하나는 혼자라는 감각이 줄었다는 것. 문제가 막힐 때 물어볼 사람이 생긴다는 건 코드 한 줄보다 크다.

결과 — 지금 나에게 포레스트 크루란

포레스트 크루는 나에게 “답을 주는 곳"이 아니라, 내가 답을 찾을 수 있게 질문을 만들어주는 곳이다. 형이 무안회관에서 했던 말이 그대로 집단의 성격이 됐다.

혼자 멀리 가려 했다. 지금은 같이 걸을 사람이 생겼다.


답은 바깥에서 오지 않는다는 걸 중학생 때부터 알고 있었다. 그런데 좋은 질문은 바깥에서 올 수 있다는 걸 이번에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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