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5.15 3min read

사람의 신뢰를 시각화할 수 있을까 — LikeU

신뢰 기반 평판 시스템으로 더 나은 사회를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경진대회에 냈다.

20살 때 아이디어 하나에 꽂혔다. “사람의 신뢰를 숫자로 만들 수 있으면, 세상이 더 나아지지 않을까?”

사전이해

사람들은 온라인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모른다. SNS 팔로워 수? 그건 구매할 수 있다. 좋아요 수? 알고리즘이 좌우한다. 학력, 직장 같은 스펙? 그건 그 사람의 능력이지 신뢰성이 아니다.

실제로 믿을 수 있는 건 “내가 아는 사람이 그 사람을 믿는다"는 사실이다. 인적 네트워크 기반의 신뢰. 친구의 친구는 어느 정도 믿을 수 있다. 이걸 시스템으로 만들면 어떨까?

문제

온라인에서의 신뢰 문제는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가짜 리뷰, 사기, 허위 정보. 사람들이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 판단할 기준이 없다. 플랫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지만, 대부분 “신고 → 검토 → 처리"라는 사후적 방식이다.

“사전에 신뢰를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이게 출발점이었다.

핵심

LikeU라는 서비스를 구상했다. 핵심 개념은 신뢰 기반 평판 시스템이다.

사람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시각화하고, 그 네트워크 안에서의 신뢰도를 계산한다. 단순히 “친구가 많다"가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다"를 보여주는 시스템.

핵심 기능:

  • QR 기반 친구 추가 — 실제로 만난 사람만 연결한다. 온라인에서 무작위로 친구 추가하는 걸 막는다.
  • 78% 매칭 알고리즘 — 관심사, 가치관, 활동 패턴을 분석해서 비슷한 사람을 추천한다.
  • 신뢰 점수 — 네트워크 안에서의 위치, 연결의 질, 추천 기반으로 신뢰도를 산출한다.
  • 추천 기능 — “이 사람은 믿을 만하다"는 추천을 네트워크 안에서 할 수 있다.

아이디어의 본질은 이거였다: 신뢰를 “주관적 느낌"에서 “측정 가능한 데이터"로 바꾸자.

접근

이 아이디어를 경진대회에 냈다. 발표 자료를 만들고, 프로토타입을 준비했다. 디자인을 배운 게 여기서 힘을 발휘했다. 와이어프레임과 플로우차트가 있으니까 심사위원들이 바로 이해할 수 있었다.

발표에서 강조한 건 세 가지였다:

  1. 문제의 크기 — 온라인 신뢰 문제는 글로벌 이슈다. 가짜 리뷰 시장만 연간 수십억 달러.
  2. 해결 방식의 차별점 — 사후 대응이 아니라 사전 판단. 네트워크 기반 신뢰는 위조가 어렵다.
  3. 확장 가능성 — 중고거래, 채용, 데이팅, 커뮤니티 등 신뢰가 필요한 모든 분야에 적용 가능.

세부

경진대회가 끝나고,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백엔드, 프론트엔드, 알고리즘 — 전부 필요했다.

그래서 프론트엔드를 직접 배우기로 했다. 그리고 동시에 주변에 가르쳤다. 프론트엔드 과외를 시작했다. 3명의 학생에게 3개월간 HTML, CSS, JavaScript를 가르쳤다.

처음에는 재밌었다. 내가 아는 걸 전달하고, 상대방이 이해하는 순간의 만족감. 하지만 3개월이 지나자 문제가 생겼다. 가르칠 게 고갈됐다. 내가 아는 만큼만 가르칠 수 있는데, 내가 아는 게 바닥난 거다.

프론트엔드만으로는 LikeU를 만들 수 없었다. 서버, 데이터베이스, 알고리즘 — 이쪽은 아예 몰랐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행할 힘이 없었다.

그리고 더 큰 문제가 왔다. 방향을 잃었다. “이걸 정말 만들 수 있을까?”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꿈이 흐릿해졌다. 확신이 없어졌다.

군대 영장이 왔다.

영향

군대에 갔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고, 어떻게 보면 필요한 리셋이기도 했다.

LikeU는 그 상태에서 멈췄다. 코드 한 줄 없이, 기획서와 프로토타입만 남은 채로.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얻은 건 있었다.

“신뢰를 시스템으로 만든다"는 아이디어. 이건 LikeU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 아이디어의 씨앗이 나중에 Alpha Court가 됐다. Alpha Court도 본질은 같다 — 투자 예측에서 누구를 믿어야 하는지를 시스템으로 판단하는 것. 사람의 발언을 기록하고, 검증하고, 맞힌 사람의 신뢰도를 올리는 구조.

LikeU는 실패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아직 실행되지 않은 아이디어였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의 핵심은 다른 형태로 살아남았다.

결과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실행할 힘이 없었다. 기술도, 팀도, 경험도 부족했다. 20살짜리가 “세상의 신뢰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한 건 무모했을 수 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이 남긴 건 있다. “신뢰는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 이 확신은 군대에서 2년을 보내면서도 사라지지 않았고, 전역 후에 전혀 다른 형태로 구현됐다.

군대에서 리셋했다. 머리를 비우고, 체력을 키우고, 다시 시작할 준비를 했다.


LikeU는 코드 한 줄 없이 끝난 프로젝트다. 하지만 거기서 시작된 “신뢰를 시스템으로” 라는 생각은, 지금 내가 만드는 모든 것의 기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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