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하고 3주 만에 사이트를 만들었다. 혼자서. 런칭 당일 동접 115명. 주간 활성 유저 700명. 한국 Rust 커뮤니티의 사실상 공식 도구 사이트가 됐다.
사전이해
Rust는 게임이다. 오픈 월드 서바이벌. 자원을 모으고, 기지를 짓고, 다른 플레이어와 싸운다. 한국에서도 유저가 꽤 많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한국 Rust 커뮤니티에는 제대로 된 도구가 없었다. 영어권에는 레이드 계산기, 유전학 계산기, 위키 같은 게 잘 되어 있었지만, 한국어로 된 건 거의 없었다. 있어도 오래되고, 업데이트가 안 되고, UI가 2010년대 수준이었다.
전역 후였다. 군대에서 2년 동안 “전역하면 뭘 만들까"를 계속 생각했다. 답은 이미 나와 있었다. 내가 게이머로서 필요한 걸 직접 만들면 된다.
문제
Rust 게임에는 계산이 많이 필요하다. 레이드할 때 폭발물이 몇 개 필요한지, 유전학으로 최적 작물을 교배하려면 어떤 조합이 필요한지, 상대방의 실력을 어떻게 판단할지. 이런 걸 매번 수동으로 계산하거나, 영어 사이트에서 찾아야 했다.
한국 유저들이 원한 건 단순했다. 한국어로 된, 빠르고, 정확한 도구.
핵심
PHAROS라는 이름의 플랫폼을 만들었다. 하나의 도구가 아니라, Rust 게임에 필요한 모든 도구를 하나의 사이트에 모은 플랫폼이다.
핵심 도구들:
- 레이드 계산기 — 건물 종류와 층수를 입력하면 필요한 폭발물을 자동 계산. 평점 4.9/5, 247개 리뷰.
- 유전학 계산기 — OCR로 게임 내 유전자 정보를 스캔하고, BFS 알고리즘으로 최적 교배 경로를 탐색. Web Workers로 UI 블로킹 없이 실시간 계산.
- 팀 파인더 — Discord OAuth 연동. 같이 플레이할 사람을 찾는 매칭 시스템.
- 위키 — 12,000개 이상의 데이터. 아이템, 건물, 무기, 컴포넌트 전부.
- 킬 피드 — WebSocket으로 실시간 서버 킬 로그를 스트리밍.
- MMR 시스템 — 플레이어 실력을 수치화하는 레이팅 시스템.
접근
3주 만에 이걸 다 만든 건, 군대에서 2년 동안 설계를 미리 해뒀기 때문이다. 머릿속에 아키텍처가 이미 있었다. 전역하고 노트북 앞에 앉자마자 코드를 쳤다.
기술 스택:
- 프론트엔드: React + TypeScript
- 백엔드: Supabase (PostgreSQL + Auth + Realtime)
- 게임 서버 연동: C# Oxide 플러그인 40개 이상 직접 제작
- 실시간: WebSocket (킬 피드, 서버 상태)
- 성능 최적화: Web Workers (유전학 계산), 코드 스플리팅, 이미지 최적화
가장 어려웠던 건 유전학 계산기였다. OCR로 게임 화면에서 유전자 코드를 읽어오고, 그걸 BFS(너비 우선 탐색) 알고리즘에 넣어서 최적 교배 경로를 찾는다. 이 계산이 무거워서 메인 스레드에서 돌리면 UI가 멈춘다. Web Workers로 별도 스레드에서 계산하게 만들어서 해결했다.
세부
런칭 당일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한국 Rust 디스코드 서버에 링크를 올렸다. “제가 만든 Rust 도구 사이트입니다.” 30분 만에 동접이 50명을 넘었다. 1시간 후 100명. 피크 115명.
서버가 버텼다. Supabase의 프리 티어였는데, 데이터베이스 쿼리 최적화를 충분히 해둔 덕분이었다. 하지만 초기에 페이지 로딩이 3초 걸리는 문제가 있었다. 코드 스플리팅과 이미지 레이지 로딩을 적용해서 0.5초로 줄였다.
레이드 계산기가 가장 인기가 많았다. 사용자들이 리뷰를 남기기 시작했다. “드디어 한국어로 된 제대로 된 계산기가 나왔다.” “UI가 깔끔해서 쓰기 편하다.” 247개 리뷰에 평점 4.9. 이런 피드백이 계속 코드를 치게 만드는 동력이었다.
주간 활성 유저가 700명을 넘었다. 한국 Rust 유저 규모를 생각하면 상당한 점유율이었다. 커뮤니티에서 “PHAROS 안 쓰는 사람 있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C# Oxide 플러그인도 40개 이상 직접 만들었다. Rust 게임 서버는 Oxide라는 모드 프레임워크를 쓰는데, 플러그인을 C#으로 작성한다. 킬 피드 수집, 플레이어 통계, 서버 이벤트 감지 — 이런 것들을 게임 서버에서 직접 뽑아와야 했다.
영향
PHAROS는 내가 “혼자서도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프로젝트였다.
LikeU 때는 아이디어만 있고 실행력이 없었다. 팀이 없으면 못 만든다고 생각했다. PHAROS는 그 생각을 깨뜨렸다. 혼자서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풀스택으로 개발하고, 런칭하고, 운영까지 했다.
그리고 “사용자가 있는 제품을 만든다"는 경험이 완전히 달랐다. 혼자 만들어서 혼자 쓰는 거랑, 700명이 매주 쓰는 거랑은 차원이 다르다. 버그 리포트가 오고, 기능 요청이 오고, 감사 메시지가 온다. 이게 진짜 “만드는 맛"이었다.
이 경험이 Alpha Court를 시작할 때 자신감이 됐다. “혼자서도 된다. 사용자가 원하는 걸 만들면 된다.”
결과
전역 후 3주. 혼자서 12,000개 데이터, 6개 핵심 도구, 40개 플러그인을 가진 플랫폼을 만들었다. 동접 115명, 주간 700명.
배운 건 하나다:
혼자서도 쓸모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 팀이 없어서, 돈이 없어서, 경험이 없어서 못 만든다는 건 핑계다. 사용자가 원하는 걸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배포하면 된다.
PHAROS는 아직도 돌아가고 있다. 매주 업데이트한다. 하지만 이제 다음 제품을 만들고 있다. 더 큰 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