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AROS를 만들면서 동시에 게임 서버도 운영했다. Softopia라는 이름의 뉴비 서버. 디스코드 205명, 동접 100명. “학생이 공부겸 운영하는, 직장인까지 배려하는 뉴비서버.”
사전이해
Rust는 잔인한 게임이다. 초보자에게 특히. 수백 시간을 투자한 고인물들이 판을 장악하고 있다. 뉴비가 들어오면 30분 안에 죽고, 기지는 1시간 안에 레이드당하고, 장비는 전부 털린다. “이 게임은 뉴비가 시작할 수가 없다"는 말이 커뮤니티에서 공공연하게 돌았다.
공식 서버는 무법지대다. 뉴비 보호 같은 건 없다. 커뮤니티 서버들도 대부분 고인물 위주로 운영된다. 뉴비 서버라고 표방하는 곳도 있지만, 실제로는 규칙 관리가 안 돼서 며칠이면 고인물에게 점령당한다.
문제
한국 Rust 뉴비들에게는 “안전하게 게임을 배울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
뉴비가 Rust를 즐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 고인물로부터의 보호 — 수백 시간 유저와 처음 시작하는 유저가 같은 서버에 있으면 게임이 안 된다.
- 합리적인 시간 투자 — Rust는 풀타임으로 해도 모자라는 게임이다. 직장인이나 학생이 하루 2-3시간만 투자해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를 해결하는 서버를 만들기로 했다.
핵심
Softopia의 철학은 단순했다. “학생이 공부겸 운영하는, 직장인까지 배려하는 뉴비서버.”
이 한 문장에 세 가지가 들어있다:
- 학생이 운영한다 — 상업적 목적이 아니다.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공부겸 하는 거다. 이게 유저들한테 신뢰를 줬다. “이 서버는 과금 유도를 안 하겠구나.”
- 직장인을 배려한다 — 하루 2-3시간만 플레이해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밸런스. 자원 채굴량, 건축 비용, 레이드 규칙을 전부 조정했다.
- 뉴비 서버다 — 실력 상한선이 있다. 일정 시간 이상 플레이한 유저는 졸업해야 한다.
접근
서버를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는 어렵지 않았다. 호스팅 업체에서 서버를 빌리고, Oxide 프레임워크를 설치하고, 플러그인을 넣으면 된다. 하지만 운영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다.
40개 이상의 커스텀 플러그인을 직접 C#으로 작성했다. PHAROS 때 만든 것들을 서버에도 적용했고, 서버 전용으로 새로 만든 것도 많았다.
- 뉴비 보호 플러그인 — 신규 유저에게 일정 시간 동안 PvP 면역을 부여
- 밸런스 조정 — 자원 배율, 제작 시간, 레이드 비용을 뉴비 친화적으로 수정
- 플레이 시간 추적 — 유저별 총 플레이 시간을 기록하고, 상한선 초과 시 알림
- 자동 밴 시스템 — 치트 감지, 독성 행동 감지
- 통계 대시보드 — 서버 상태, 접속자 수, 이벤트 로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세부
운영에서 가장 어려운 건 기술이 아니라 사람이었다.
분쟁 조정. 매일 분쟁이 생겼다. “저 사람이 내 기지를 레이드했는데 규칙 위반 아닌가요?” “저 팀은 뉴비가 아니라 스머프예요.” “이 규칙이 불공정해요.” 각 분쟁에 대해 규칙을 확인하고, 증거를 검토하고, 판단을 내려야 했다. 감정적으로 대응하면 커뮤니티가 무너진다. 항상 근거를 들어서, 일관되게 처리해야 했다.
밸런스 패치. 게임이 업데이트될 때마다 서버 밸런스가 깨졌다. 새 무기가 추가되면 기존 밸런스가 무의미해진다. 매번 다시 조정해야 했다. 유저들의 피드백을 듣고,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치 노트를 공지하는 사이클을 반복했다.
서버 안정성. 동접 100명이면 서버에 부하가 상당하다. 엔티티(건물, 아이템, NPC) 수가 많아지면 서버 FPS가 떨어진다. 주기적으로 버려진 기지를 정리하고, 엔티티 수를 관리하고, 서버 재시작 스케줄을 잡아야 했다.
디스코드 205명 규모의 커뮤니티를 관리하는 것도 일이었다. 공지를 올리고, 이벤트를 기획하고, 유저 건의를 처리하고, 분위기를 관리했다. 독성 유저를 어떻게 대하느냐가 커뮤니티의 방향을 결정했다. 너무 관대하면 선량한 유저가 떠나고, 너무 엄격하면 활성도가 떨어진다.
이 균형을 찾는 게 서버 운영의 핵심이었다.
영향
Softopia를 운영하면서 배운 건, 제품을 만드는 것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라는 거다.
PHAROS는 도구다. 잘 만들면 사람들이 알아서 쓴다. 버그를 고치고 기능을 추가하면 된다. 하지만 Softopia는 커뮤니티다.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반드시 갈등이 생기고, 규칙이 필요하고, 중재가 필요하다.
코드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쉬운 문제다. 사람 사이의 문제는 코드로 안 된다. 상황을 이해하고, 양쪽의 말을 듣고, 공정한 판단을 내리는 건 전혀 다른 능력이다.
이 경험이 Alpha Court를 설계할 때 직접적으로 반영됐다. Alpha Court에도 커뮤니티 요소가 있다. 분석가들이 예측을 올리고, 다른 사람들이 그걸 보고 판단한다. 사람이 모이면 분쟁이 생긴다. 어뷰징이 생긴다. 독성 행동이 나온다. 이런 걸 미리 예상하고 시스템으로 방지하는 설계 — 그건 Softopia에서의 경험 없이는 나올 수 없었다.
결과
동접 100명 게임 서버를 혼자 운영했다. 기술적으로도 배웠고, 무엇보다 “사람을 다루는 법"을 배웠다.
제품을 만드는 것과 커뮤니티를 운영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기술이다. 그리고 둘 다 할 줄 알아야 사업이 된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사용자 커뮤니티를 관리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사라진다. 아무리 좋은 커뮤니티라도 제품이 부실하면 유지가 안 된다.
Softopia는 그 두 가지를 동시에 경험한 현장이었다.
게임 서버를 운영하면서 배운 커뮤니티 관리 능력이, 지금 만드는 서비스의 설계에 그대로 녹아 있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직접 봤으니까.